[격동의 동북아 정세] 한국이 주도적 역할… ‘6자회담 재개’ 판 만든다

입력 2014-07-07 02:29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4일 동해 원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육·해·공군 도서상륙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정부 소식통은 6일 “우리의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스파이크 미사일 진지가 훈련 타격 목표에 포함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에서는 실제 어뢰가 발사되기도 했다. 김 제1비서가 바다로 나가 훈련에 동원된 전투함을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지난 3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개’ 쪽으로 진전된 것은 단순히 중국의 압박에 일방적으로 끌려간 때문은 아니고 우리 정부의 ‘주도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은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6일 “이번 문구는 ‘재개’를 명시해두고 이를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회담 재개 문제가 어느 때보다 명시화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과 비교해서도 진전된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두루뭉술한 언급에 그쳤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에서 북핵 신고내용 검증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뒤 지금까지 중단돼 왔다. 그러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일단 만나야 실마리가 풀린다’며 하루라도 빨리 6자회담을 개최하자고 요구해 왔고 우리와 미국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재개할 수 없다’고 재개에 난색을 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재개’ 쪽에 무게를 실어준 것은 향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재개 조건’을 적극 중재해 회담 재개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2∼3개월 사이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조건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나눠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도 “외교부 측의 당사국 접촉이나 한·중 정상회담 문구도 ‘조건만 맞으면 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회담 재개를 더 적극적으로 도출하려 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머지않아 ‘조건’ 협상을 위한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 주변에서는 6자회담을 통한 다자대화뿐 아니라 남북 간 직접 대화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들 자국 이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당사자인 남북 문제를 마냥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 주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9월 인천아시안게임 때 북한 선수단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 분위기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통일부에서도 아시안게임을 전후한 남북 접촉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두고는 있지만 아직 정부 내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전문가들은 8·15광복절과 추석(9월 8일)을 앞두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선(先) 대화 제안 필요성도 제기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