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김모(37)씨는 매형 안모(46)씨를 따라 서울 영등포의 장애인복지관에 갔다. 오후 1시쯤 김씨는 "음료를 마시고 싶다.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오겠다"며 혼자 복지관을 나섰다. 2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2급 지적장애인이다. 온전한 의사소통이 어렵다. 복지관 측은 오후 4시쯤 영등포경찰서 실종수사팀에 신고했고, 이때부터 가족들의 '악몽'이 시작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추적과 주변 CCTV를 통해 오후 2시10분 김씨가 은행을 나섰고 오후 5시쯤에도 아직 영등포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안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씨가 은행에 갔다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를 했는데 곧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그렇게 믿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오후 8시쯤 김씨의 위치는 관악구청 인근으로 변경돼 있었다.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김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2시, 김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내 끊어졌다. 그리고 그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가족들에게 막막한 아침이 찾아왔다. 복지관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도움을 구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안씨는 처남의 신상만 유포될 것 같아 망설이다 실종 사흘째인 28일 결국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사람을 찾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29일 “송파역 근처에서 오후 5시쯤 김씨와 닮은 사람을 봤다”는 식의 제보 4건이 들어왔지만 확인 결과 모두 아니었다. 실종 닷새째인 30일 오전 5시40분쯤 마침내 경기도 고양시 원당지구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운전 중이던 버스기사가 “누가 자꾸 차도로 들락거리며 위태롭게 걷고 있다”고 신고했고, 경찰이 그를 찾아 신원을 파악해 보니 김씨였다고 한다.
김씨의 어머니(66)와 누나(42)가 한걸음에 달려갔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김씨가 지구대 구석에 앉아 있었다. 누나는 김씨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내 새끼 맞나, 다친 데 없나?” 하며 이리저리 살폈다. 김씨 얼굴은 수염이 덥수룩했고 옷 여기저기에 시꺼먼 얼룩과 땀 냄새가 노숙의 흔적처럼 배어 있었다. 가족들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김씨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울었다. 그는 “관악구까지 버스를 타고 갔고 관악구에서 고양시까지 온종일 걸었다. 잠은 화장실에서 잤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씨는 6일 “이런 게 재난이지, 재난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털어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은 “지적장애인이 실종되면 이틀 안에 발견되든지 아니면 영영 못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린이나 여성 등의 실종 수색 매뉴얼은 있는데 지적장애인에 대해선 선행 연구나 매뉴얼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200여명씩 실종자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끝내 발견되지 않는 사람이 매년 4000∼5000명이나 된다. 김씨 같은 장애인 실종 건수는 2010년 6708건에서 2012년 7224건으로 증가했다. 경찰청은 2012년 7월부터 실종 위험자 사전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 덕에 가정으로 돌아간 이들은 아직 68명뿐이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 19일부터 넉 달간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해 ‘찾아가는 현장 사전등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전수민 이종선 기자 suminism@kmib.co.kr
[기획] 어느 지적장애인의 실종 엿새간 막막하기만 했다
입력 2014-07-07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