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여름휴가를 어디에서, 어떻게 보낼까. 막강한 재력 등을 감안할 때 화려한 휴양지를 떠올리겠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휴가를 가지 않거나 업무 연장선 위에 휴가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가를 가더라도 집에서 경영구상을 하며 쉰다.
경영 현안이 산적한 데다 불안한 환율, 국제유가, 부진한 내수경기 등 대내외 변수가 많아서다. 그래서 이들의 올여름 휴가 트렌드는 ‘불철주야’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해까지 2년 연속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올해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오로지 경영에만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수감된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SK그룹을 이끄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바쁜 7∼8월 일정에 하계휴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예정된 대내외 일정에 맞춰 휴가를 소화하는 그룹 총수도 있다. 물론 회사 경영과 연결되는 행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오는 23∼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는 전경련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참석한 후 짧은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23일부터 3박4일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되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뒤 자택에서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재성 회장을 포함한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중동·유럽 등 해외 공사현장과 현지법인을 방문해 현장 경영활동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기간 자택에 머물며 경영구상을 하는 총수도 적지 않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여름휴가 기간 자택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휴가를 내되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며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취임 후 첫 휴가를 맞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도 국내에서 회사 현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이건희 회장이 한 달 넘게 입원해 있어 여름휴가라고 자리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휴가가 없는 총수나 CEO와 달리 대기업 직원들은 올해 비교적 넉넉한 휴가를 보낼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다음 달 4∼8일 전체 사업장이 휴가에 들어간다. 직원들에게 휴가비 30만원을 주고, 대리 이하 직원에게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제공한다. 집중휴가제를 실시하는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4∼14일이 여름휴가 기간이다. 광복절과 앞뒤 주말을 더하면 최장 16일을 쉴 수 있다. 직원들은 휴가비로 통상임금의 50%를 받는다.
SK는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관광상품권 100억원어치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두산그룹과 KCC는 임직원에게 각각 50만원, 20만원의 휴가비를 준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대기업 총수·CEO의 2014년 여름 휴가 트렌드 ‘불철주야’
입력 2014-07-07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