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수사가 정치권으로 비화했다.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이 금품수수 및 로비 혐의로 구속되고, 재력가 송모씨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금품수수도 사실로 드러나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독일에서 레일체결 장치를 수입해 납품하는 AVT사가 호남고속철도 궤도 공사에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뇌물을 주고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가 주 대상이다.
권 전 수석부대변인은 AVT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3000여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과 감사원 김모씨도 AVT에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를 시작한 이후 철도시설공단의 김 전 이사장과 현직 간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수사에 난관이 생겼지만 AVT와 관계, 정치권, 철도시설공단 간 유착 의혹은 더 분명해졌다.
이번 수사의 목표가 단순히 개인 비리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이상 관련자들이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위축돼서는 절대 안 된다. 철도 분야는 과거부터 비리 의혹이 많은 데다 공무원들이 퇴직 후 유관 민간업체에 취업해 ‘끼리끼리문화’를 형성하는 곳이어서 대표적인 관피아 영역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권 인사들의 개입 정도다. AVT는 2012년 이후 경쟁업체 P사를 제치고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각종 공사에 레일체결 장치를 사실상 독점 납품해 왔다. 새누리당에 인맥이 넓은 권씨가 AVT의 정치권 로비 창구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 역시 야권의 젊은 정치인들과 교류하면서 유사한 활동을 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영원히 추방해야 할 우리 사회의 적폐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피아에는 정치권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치인은 관료 못지않게 로비에 능하고 힘이 있는 사람들인 데다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금품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 개선에 주력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검찰과 경찰의 비리 수사를 통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과거 이런 종류의 수사가 정치인들이 연루될 경우 흐지부지되는 수가 비일비재했다. 검찰이 국민의 박수를 받으려면 다소 무리한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겠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관피아 척결의 시금석으로 삼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의 기대이기도 하다.
[사설] 정계로 번진 철피아 비리수사에 성역은 없다
입력 2014-07-0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