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금이 많진 않더라도 편한 시간에 짧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늘면 고용률도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부부 중 한 명은 전일제 직장에 다니고 나머지 한 명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갖는 이른바 ‘1.5인 맞벌이’ 가정이 확산될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이런 시도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2003년 독일이 시도했던 ‘미니잡(mini job)’이다.
미니잡은 월 소득이 450달러를 넘지 않도록 정해놓은 일자리다. 자연스럽게 미니잡 종사자들은 단시간만 일하게 된다. 대부분 주당 근로시간이 20시간 아래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에 의존하던 비경제 활동 인구를 노동시장에 끌어들이는 발판 역할도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많은 독일 국민이 미니잡에 관심을 보였다. 2003년 도입 당시 598만명이던 미니잡 종사자는 2013년 3월 733만명까지 늘었다. 주로 여성이 선호했다. 이 중 458만명(62.5%)은 여성이었고, 가정주부가 전체 35.2%를 차지했다. 경력단절 여성이 미니잡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육아 등 가사 때문에 전일제 근로에 부담을 느낀 여성들이 미니잡을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확산되면서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여성 고용률은 50.2%로 1999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독일의 미니잡은 대부분 단순 서비스 직종이고, 시간당 임금도 거의 최저 수준이었다. 매장·주유소 보조가 1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청소(15%), 사무보조(10%), 음식·숙박업(10%) 순이었다. 가정주부의 경우엔 청소가 22%, 마트 등에서 물건을 파는 경우가 19%로 1, 2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미니잡과 같은 단기근로 일자리가 남녀 간 임금 차이를 고착화시키고, 연금 수령액의 차이를 벌려 놓는다는 비판도 있다. 독일의 전문가들은 미니잡은 정규직 일자리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여성의 경우 오히려 숙련자로서의 이미지가 깎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단순노무 종사자가 72만2000명으로 1년 새 37.7%나 증가했다. 서비스 종사자(18.9%), 숙박 및 음식업 종사자(16.1%),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종사자(13.2%)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여성 고용률도 저임금 단순 업무가 대부분인 50∼54세 연령층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한국노동연구원 박명준 부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시간선택제를 고려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규직 범위 내에서이다”라며 저임금 단순 서비스 업종 위주로 일자리가 느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미니잡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정규직 일자리로 옮겨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독일경제연구소와 독일 통계청 등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독일의 미니잡 종사자 중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3%나 됐다. 별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라 이직을 위한 경력 개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미니잡에 대한 의존도가 남성보다 높았다.
박 부연구위원은 “초단시간 근로의 활성화는 분명 명과 암이 공존할 수 있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는 독일 미니잡을 둘러싸고 진행된 논쟁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우리 사정에 맡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고용률 70% 로드맵 1년] 독일 ‘미니잡’ 명암… 女 일자리 늘었지만 고용의 質 악화
입력 2014-07-07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