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여야 대화 계기로 ‘소통정치’ 확산되기를

입력 2014-07-07 02:19
박근혜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 첫 손가락에 꼽는 게 ‘불통 이미지’다. 지난 1년4개월여의 재임기간을 돌아보더라도 남이 뭐라 하든 말든 제 갈 길을 고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좋게 말하면 소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옹고집이다. 거듭된 인사 실패는 불통 이미지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됐다.

청와대 정무 역할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던 외교관 출신의 정무수석 기용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당시 청와대 정무 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와 국회, 특히 야당과의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다시 정치인 출신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도 소통의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야당 대표와 단독회담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9월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함께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만난 게 전부다. 올 1월 3일에도 김 대표와 만났지만 김 대표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200여명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대통령이 야당과의 만남을 꺼린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통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오는 10일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만남이 이루어질 듯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5자회동이다. 이 모임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환영 만찬장에서 양당 원내대표의 제의에 박 대통령이 동의해 성사되게 됐다. 덕담에 대통령이 화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국회 협조가 절실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만남을 주선했어야 했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야당도 호응한다.

여야 원내대표는 주례회동을 정례화해 국회 현안을 논의하는 대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좁힐 수 없는 이견으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때도 있지만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대통령 해외 순방 때 소속 의원을 동행시키는 등 대통령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남이 곧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결의 빈도는 만남의 횟수에 비례한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처리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고, 세월호특별법도 만들어야 한다.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총리 인사파동으로 지난 2개월을 허송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삼위일체가 될 때 잃어버린 세월을 만회할 수 있다. 대국회 관계의 핵심은 야당에 있다.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이 가능하고 국가 개조 작업도 제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번 5자회동에서 대통령이 바라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더 자주 얼굴을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김한길 대표가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의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수시로 만나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