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조작된 증거를 국가정보원에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가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34)씨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김씨는 국정원의 거듭된 요청 때문에 증거를 위조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씨 변호인단은 김씨가 지난달 25일 구치소에서 ‘유우성군에게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A4용지 2장짜리 자필편지를 변호인단을 통해 유씨에게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유씨 항소심 재판에 제출된 북·중 출입경기록 관련 중국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답변서를 허위로 제작해 국정원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편지에서 ‘어리석게 국정원 일방의 주장을 믿었던 것’이라며 ‘나의 잘못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증거위조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3월 자살을 기도했던 김씨는 당시 ‘유씨는 간첩이 확실하니 증거가 없으면 추방시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었다. 지난 4개월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유씨에 대한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김씨는 국정원의 당시 절박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썼다. 국정원이 답변서를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입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말라”며 증거 위조를 거듭 요청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가 먼저 위조된 증거를 구해오겠다고 제안했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김씨는 편지에 ‘불법인 것을 알고 주저했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국정원과 검찰을 믿었다’며 ‘무지하고 부덕한 처신이었다’고 적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간첩 증거조작’ 국정원 협조자, 유우성에 사과 편지
입력 2014-07-07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