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세할 시점 아니나 대기업 세제혜택 줄여야

입력 2014-07-07 02:15
내년 세법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 등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돼온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세금우대종합저축제도도 고액 자산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서민·취약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것이라고 한다. 일몰이 적용되지 않는 조세감면제도에 일몰을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조세특례감면제도는 현재 230건에 달한다. 문제는 정책목표를 달성했거나 이미 일몰 기한이 지났는데도 수혜를 받는 기득권층의 반발에 밀려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1982년 ‘임시’로 도입했다가 매번 기업들의 반발에 부닥쳐 폐지하지 못하고 2011년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로 이름을 바꾼 임시투자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제도 중 감면액이 가장 많았지만 효과는 적었던 고용창출 투자 세액공제를 손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세특례제도 중 세액공제액이 가장 크고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도 줄일 필요가 있다.

경기 부진으로 올해도 세수부족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복지정책을 이행하려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세제지원 등에 힘입어 수익을 올렸지만 대주주만 배불렸을 뿐 투자나 분배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중소기업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세수를 늘리는 근본 해법은 경기 활성화다. 일부에선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거론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부진한데 세금을 올리면 경기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세법 개정안이 정치적 입김이나 이해집단의 로비에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세입 기반을 늘리기 위해 방만하게 운영돼온 조세감면제도를 정비하되 경제에 미칠 영향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