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건강보험 제외”… 보수색깔 美대법원 내홍

입력 2014-07-07 02:52
미국 대법원은 지난주 잇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 어젠다 중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오바마케어)에 타격을 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업주가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피임 등을 직원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결정한 데 이어 3일에는 같은 이유로 대학도 제외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조직이나 단체도 종교적 이유를 내세워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판결의 영향이 오바마케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다른 법률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적 전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5대 4로 우세한 대법원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은 존 로버츠,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안토닌 스칼리아, 안소니 케네디 등이다. 루스 긴스버그와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4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긴스버그, 소토마요르, 케이건 등 여성 대법관 3명이 모두 진보파로 꼽히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오바마케어의 임신조절 판결을 놓고 대법원의 내홍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결국 기독교계 일리노이주 휘턴대의 피임 보험적용 제외 신청에 대해 대법원이 5대 4로 대학 측 손을 들어주자 여성 대법관들은 반대 의견서를 함께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피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판결과 관련해 백악관이 두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는 직장보험회사나 보건 당국이 일단 피임약에 보험을 적용해주고 나중에 환불받도록 하는 것이다. 보건 당국의 역할을 넓혀 직장보험으로 피임약의 보험 적용을 못 받는 여성들에게 ‘무료 피임약’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정치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