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CEO의 서재] “리더는 카리스마·소탈함 동시에 보여야”

입력 2014-07-07 02:09
권선주 기업은행장

책장에서 빛바랜 책을 꺼내든 것은 지난해 12월, 은행장으로 막 취임식을 치른 후였다.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란 제목의 리더십 관련 서적이었다. 출판된 시기가 2000년 하반기, 밀레니엄 시대를 맞은 설렘과 흥분이 잦아들기 시작한 때였으니 10여년이 훌쩍 넘었다.

리더십 관련 수많은 서적 중에 하필이면 먼지 쌓인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엘리자베스 1세의 실용적 리더십이 깊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치, 군사, 종교, 경제, 외교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지고 낙후한 유럽의 변방 영국을 태양이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탈바꿈시킨 비결을 136가지 사례로 분류하여 정리해 놓았다.

엘리자베스 1세는 절대왕정 시대의 군주였지만 강압적 왕권이 아닌 중용과 타협을 중시한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끌었다. 확고한 원칙과 신념을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도 현실에 따라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포용하며 기회를 기다릴 줄 알았다.

“리더는 카리스마와 소탈함을 동시에 보여야 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실리와 명분, 현실과 원칙, 개혁과 저항의 벽 앞에서 한 발 물러서기도 했지만 양보할 수 없는 부문에 대해서는 집요한 설득과 단호함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

경영 환경이 복잡하고 조직원의 창의성이 중요한 현 시대에는 영웅적 리더십보다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더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욕심이 많아 한 번 읽은 책은 웬만하면 처분하지 않고 책장에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다.

한 책을 네 번은 읽어야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는데 서점에 좋은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눈을 돌려 책장에서 다시 읽을 만한 책을 골라 보는 것도 책의 재발견이랄까 의외의 수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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