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비유이지만 책은 은행과도 같다. 마음의 양식이 담긴 것이 책이라면, 생활의 양식인 예금을 맡아 관리하는 곳이 은행 아닌가. 하긴 은행이 부족한 것들을 모아 필요할 때의 쓸모를 도모하는 장치라면, 책 또한 당장의 쓸모보다는 ‘책 읽는 삶’의 축적과 그로 인해 단단해지는 교양의 기반을 닦는 도구이다. 그런데 바쁜 직장인들은 은행의 잔고만큼이나 자신의 ‘책-은행’의 잔고, 즉 독서량은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많지 않은 필자가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군복무 시절이었다. 마침 소속 부대장이 ‘책 읽는 병영’을 강조해 군대를 지식의 공백기가 아니라 청춘의 소양을 쌓는 군대(軍大)로 삼으라 독려했던 것이다. 덕분에 일과를 마치고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어, 제대할 무렵 ‘예금’이 두둑해졌다. 국민일보의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 기획을 듣고 반가웠던 까닭은 바로 그런 권유와 체험의 값어치를 지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에서 기업은행을 만난다. 지하철 승강장 안전펜스에 기업은행 광고가 걸려 있다. 세대와 직업, 지역과 성별, 개인과 기업을 넘어 모두가 편히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정겹다.
현암사 또한 편히 읽을 수 있는 인문교양서를 펴내고 있다. 특별히 여름 더운 날 시원스레 읽을 수 있는 가뿐하고 재미난 책들을 소개한다.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미술평론가 손철주가 우리 옛그림 속 사람들의 생김새와 매무새를 읽어낸 ‘사람 보는 눈’은 늘상 사람을 대하는 직원들의 안목을 확 틔워줄 것이다. 세계적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가 풀이한 ‘도덕경’과 ‘장자’는 쉽고도 넉넉한 고전 읽기로 안내한다. 인문학 가이드로 유명한 이현우의 ‘쫄깃한’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에 이어 철학과 역사, 예술과 과학에 관한 볼거리, 읽을거리가 즐비하다.
김수한 편집주간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출판사 한마디] 현암사
입력 2014-07-07 02:42 수정 2014-07-07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