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교육감 인터뷰 “단원고 3학년에 대입 정원外 선발로 배려해야”

입력 2014-07-07 02:57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3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교육청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밝게 웃고 있다. 이 교육감은 노타이에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사진촬영을 위해 잠시 정장 재킷을 걸치고 넥타이를 맸다. 수원=구성찬 기자
집무실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취임 첫날부터 노타이 차림으로 학교 현장을 돌아다니느라 양복을 벗어던지고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고 했다. 인터뷰용 사진을 위해 잠시 정장 재킷과 넥타이를 맸을 뿐 평소에도 청바지에 노타이를 즐긴다고 한다. 올해 일흔인 그는 “장관, 교수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봤지만 교육감이 가장 기대되고 설렌다”며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

이 교육감과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이뤄졌다. 전교조 문제만큼은 정부와 대척점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나머지 진보 교육감 12명과 공동 전선(戰線)을 구축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학업중단 청소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고 했고, 최우선 과제로 교육재정 확충을 꼽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대학입시에서 정원 외로 배려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단원고를 외고로 전환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교육감에 취임한 소감은.

“성직자, 교수, 국회의원, 장관도 했지만 지금이 가장 설렌다. 우리 미래인 아이들과 현장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성공회대 교수로 26년 재직했지만 대학생들은 성인이니까 10대 청소년들과 차이가 있었고, 국회에서도 교육위 활동을 했는데 교육 현장과는 떨어져 있었다. 이제 아이들과 지내며 우리 미래의 모습, 희망들을 볼 것이다. 그걸 만들어가는 게 내 책임이고 과제여서 두근거린다.

학부모들도 기대가 크다. 현재 학부모들은 근대사에서 중요한 경험을 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 정부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급진적인 변화까지…. ‘역사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를 몸으로 느낀 사람들이다. 역사를 보는 시각 자체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 변화의 일단이 이번 교육감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전교조 전임자 복귀에 대한 입장은.

“일단 복귀 시한을 19일로 미뤘다. 교육부가 정한 시한인 3일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아이들이 한창 공부하는 중이고 기말고사 기간이다. (전임자 복귀로) 별안간 선생님들이 교체되면 어떨까. (기간제) 선생님이 온전히 한 학기를 마치도록 도와줘야 한다. 애들에게 별안간 선생님이 바뀌는 이상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설명이 궁색하다. 또 19일이면 방학 기간이어서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교육부가 추진 중인 전교조 법외노조 후속조치도 대법원 판결까지는 모두 유예하는 게 옳다고 장관께 공식 문서로 제출했다. 전교조는 15년이나 법적 지위를 가지고 교육현장에서 일했다. 만약 대법원 판결로 법적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조직으로서는 존재한다. 나름대로 이들이 참교육·교육개혁을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에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전교조 출신이 8명이나 교육감에 당선됐다. 굉장히 놀라운 변화다. 교육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후속) 조치와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교육부는 조퇴투쟁이나 교사선언 등에 참여한 교사들을 고발하고 징계하겠다는데.

“교사 징계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선생님이 징계받으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선생님이 조퇴하고 각자 자신들의 얘길 주장하려고 나갔고 수업에도 방해가 없었다. (교육적으로) 당연히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법률상 문제가 된다고 징계를 내리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징계는 학생들과 교육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국민의 부름을 받은 신임 교육감들이 취임한 지 얼마 안됐다. 이들과 충분히 협의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예의다. 오는 24, 25일 전국교육감협의회도 있다. 여기서 협의해 가면 되지 않겠는가. 선거 때 한 약속처럼 선생님 한 분 한 분 지켜드릴 생각이다.”

-진보 교육감 13명이 협의체를 따로 만들 생각인가.

“전국의 교육감 17명이 다같이 가야 교육적이다. 의견이 달라도 존중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국민이 공감한다. 진보적인 교육감 13명을 뽑아줬다고 해서 따로 하라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공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라는 명령이다. 그래서 전국교육감협의회가 중요하다.

교육부 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국가 주도 교육에서 자치교육으로 가는 단계다. 선출 방식만 직선제로 바뀐 게 아니다. 교육부는 단순히 권한만 내려놓는 게 아니라 철학을 바꿔야 한다. 가령 ‘고교서열화’ 정책처럼 미시적인 부분은 교육감에게 모두 넘겼으면 한다. 국민이 평가하도록 두면 된다. 그래서 선거하는 거다. 자꾸 직선제 폐지하자는 소리하지 말고.”

-세월호 참사 전과 후는 다른 세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이전 시대를 야만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후는 지성의 시대가 돼야 한다. 단원고 수학여행 과정을 보면 학생들이 배제됐다. 제주도로 가는데 어떤 배이고, 가서 뭘 보고 어디서 자고 뭘 먹을지…. 학생들을 위한 수학여행인데 정작 학생들이 배제되는 게 당연시 됐다.

세월호 이후 우리가 세워야 할 대원칙은 ‘교육은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뿐 아니라 각자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지성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취임식 때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피어’라는 시를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시처럼 세상은 내가 꽃피고 네가 꽃피면 꽃밭이 된다. 세월호는 너와 나라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게 했다. 죽은 아이가 내 아이 같고, 죽은 아이 부모님의 슬픔이 내 슬픔 같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이고 성찰이었다.”

-단원고 대책은.

“아직도 우리 학생과 선생님들이 바닷속에 있다. 사망한 250여명에 대한 후속조치도 전혀 안된 상태다. 아직 단원고에 대한 대책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존자들도 공부는 해야 하므로 일단 학교에 복귀했다. 3학년 학생들의 경우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는데 제대로 공부도 못했다. 직접적인 피해자들인데 구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대입에서 일정 부분 배려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정원 내로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정원 외로 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단원고를 외고로 만들지는 않는다. 안산시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구상한 듯한데 적절치 않다. (단원고는) 일반고로 아주 좋은 학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재정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누리과정 사업비가 올해 9300억원, 내년은 1조2000억원이다. 앞이 캄캄하다. 교육청 30%, 정부와 지자체가 나머지 70%를 부담하기로 했다가 우리가 100% 부담한다. 우리 교육청 일부 사업은 예산 편성을 못했다.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올해만 2000억원 적자다. 내년에는 3000억원이다. 정부가 단호하게 해결해야 한다. 교부금법 개정이 해결책이다. 내국세의 20.27%로 돼 있는 교부금을 25%로 늘리면 41조원에서 50조원 정도로 재정이 확충된다. 올가을 국회에서 개정 안되면 정말 희망이 없다고 본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풀자고 했다. 지금 광교, 한강신도시, 동탄지구 등 신도시지구는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에 육박하고 있다. 과밀학급에 교실이 모자라서 아우성이다. 혁신학교든 무상교육이든 학교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도 해결하려면 예산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하다.

경기도 기초학력이 전국 꼴찌라고 하는데 전적으로 예산 배정의 불합리 때문이다. 학생도 교사 수도 전국의 4분의 1인데 예산은 이에 비례해서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의회 분들 뭐하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41조원 가운데 10조가 와야 하는데 8조만 받는 상황이다. 남 지사와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있으므로 협력해 개선할 계획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학교 이탈 청소년들에 대한 대책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아이들이 부적응 아이들이다. 학교에 재미를 못 붙이고 학교를 떠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한다. 다각도의 방법이 필요하며 혁신학교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혁신학교에서는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이 현저히 줄었다. 학교 와서 잠만 잤던 아이도 학교 오는 걸 좋아한다.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아니므로 방과후학교를 보다 활성화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특히 예체능 분야, 예를 들어 수원이 120만 인구이므로 4곳 정도로 나눠서 한 학교는 축구와 농구, 다른 곳은 음악을 하는 등 마치 거점학교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코치 모셔오고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이 대학도 진학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거다. 학교 울타리 밖에도 깊게 관여해 지자체 등과 협력해 풀어나갈 것이다.

학교를 나간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도록 일종의 회복프로그램 같은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학교 다녀야 할 시기의 아이들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개개인의 희망을 키워줄 거다. 국민일보가 학교 안팎의 위기 청소년들을 모아 꿈과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꿈나눔 캠프’라는 걸 하고 있는데 좋은 시도다. 함께해봤으면 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1944년 충남 입장에서 태어나 충북 진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62년 서울 경기고를 졸업한 뒤 진천으로 귀향해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무상 중등교육과정인 신명학원을 설립, 운영했다. 성공회 성미가엘신학원을 거쳐 72년 대한성공회 사제가 됐다. 캐나다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신영복, 조희연 교수(현 서울시교육감) 등과 성공회대를 설립하고 초대 총장을 역임했다. 전 재산을 대학에 쏟아 붓는 바람에 장모 집에 얹혀살기도 했으며, 당시 측근들이 그를 ‘성공회대의 정주영’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학에 헌신했다. 99년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2000년 16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줄곧 ‘친노 핵심’으로 불리며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다가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됐다.

수원=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