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박예슬양의 꿈은 오롯이 남았다

입력 2014-07-05 03:45
고등학교 2학년생 박예슬양의 꿈은 패션디자이너였다.

지난 4월 14일에도 예슬양은 구겨진 종이와 청보라색 유리구슬을 그렸다. 그림 위에는 ‘4월 14일 박예슬ㅋ’라고 적었다.

이틀 뒤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사고였다. 그 배엔 예슬양도 타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박예슬양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4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서촌갤러리에서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가 열렸다.

64.5㎡(19.5평)의 작은 전시장은 예슬양이 살고 싶은 집을 그렸던 도면을 바탕으로 공간을 배치했다. 여기에 예슬양이 유치원 때 그린 것부터 사고 이틀 전에 그린 마지막 그림까지 40여점을 전시했다. 예슬양이 디자인한 구두, 남자친구와 입고 싶다며 그린 옷 등도 제작됐다. 구두 2점은 이겸비 디자이너가 직접 만들었다.

첫날임에도 전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들 예슬양의 못다 이룬 꿈에 가슴 아파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버스 두 번, 지하철 한 번을 갈아타고 전시장에 왔다는 김연(79) 할머니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왔다”며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YMCA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올 초 예슬양을 알게 됐다는 경기도 시흥시 은행고 김하진(16)양은 “언니가 지금이라도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전시는 “전시회라도 열어주려고 그림을 모아 놨다”는 예슬양 아버지의 인터뷰를 본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가 아버지를 끈질기게 설득해 마련됐다. 장 대표는 “전시가 무기한인 이유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라며 “예슬양 전시를 시작으로 단원고 학생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