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내년 ‘항일 공동행사’ 제안에 朴 “우리도 의미있는 행사 준비”

입력 2014-07-05 03:43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특별오찬에서 시 주석이 전날 제안했던 한·중 항일(抗日) 공동 기념식 카드에 대해서도 화답했다. 요지는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국 공동으로 행사를 치르지 못하더라도 같은 취지의 다른 행사를 국내에선 꼭 열겠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3일 청와대 한·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내년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만큼, 양국이 항일 공동 행사를 갖자”고 제안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 특별히 답하지 않던 박 대통령은 하루 뒤 오찬에서 시 주석이 또 말을 꺼내자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내년은 (우리나라의) 광복 70주년으로, 의미 있는 해”라면서 “(일본에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국가들이나 다른 지역에도 특별한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좋은 일”이라면서 중국 측이 계획한 여러 항일 관련 행사들을 소개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시 주석이 방한 이틀 내내 항일 기념식에 공을 들인 이유는 한·중 양국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관한한 공동보조를 취할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임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이에 동의한다면 일본은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 주석의 ‘명분 있는’ 제안을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었다.

박 대통령의 대답은 이런 가운데 나온 현답(賢答)이었다. 일제 침략의 역사는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전체가 공유하고 있음을 먼저 제시한 뒤 우리만의 기념행사를 갖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