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굴욕… 일본에도 뒤졌다

입력 2014-07-05 02:36

국내 조선업계가 상반기 수주실적 집계 결과 중국에 크게 뒤진 2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수주실적이 일본에도 뒤졌다.

4일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는 상반기 55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164척)를 수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7만CGT(230척)보다 29.5% 줄었다. 수주시장 점유율도 31.8%에서 27.1%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 3월부터 수주물량을 싹쓸이하며 상반기 909만CGT(481척)를 수주했다. 수주물량이 작년(986만CGT)보다 7.8% 줄긴 했지만 시장점유율은 39.9%에서 44.4%로 올랐다.

수주액 기준으로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한국 217억 달러, 중국 173억 달러였으나 올해는 중국 145억 달러, 한국 13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상반기 345만CGT(177척)를 수주해 아직 3위 자리에 있지만 자국에서 수요가 꾸준하고 엔저 영향력도 있어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49만CGT를 수주해 31만CGT를 수주한 우리나라를 앞섰다. 한국이 월별 수주실적에서 일본에 밀린 것은 4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가 특히 부진한 이유는 우리나라 회사가 잘 만드는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가 최근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최첨단 기술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중국 업체에 유리한 벌크선·유조선 발주는 늘고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도 중국의 국수국조(國需國造·자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월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12월 373척, 794만CGT로 정점을 찍은 이후 6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던 조선 시황이 올 들어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면서 “하반기 LNG선 수주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