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 침략으로 한국과 중국은 큰 고난을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국 국민은 생사를 함께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가진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양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다”며 “역사적 위기 상황마다 두 나라는 서로 도우며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무력화 시도, 집단자위권 결정 등 우경화 추세에 맞서 양국 간 공조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양국의 오랜 역사를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신라시대 당나라에 유학한 최치원 선생, 27년간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한 김구 선생,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지은 정율성 작곡가 등을 거론했다. 시 주석은 조선 중기 문인 허균의 시구 ‘간담매상조 빙호영한월(肝膽每相照 氷壺映寒月·간과 쓸개를 서로 내보이고 얼음 담은 항아리가 달빛을 비춘다)’을 인용하며 “양국 국민의 오랜 우정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시 주석은 이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의 발전상을 조망했다. 시 주석은 “한·중 교역은 한·미, 한·일, 한·EU 교역 규모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며 “양국은 명실상부한 전략적 동반자이며 좋은 이웃이 됐다”고 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제기되는 ‘중국 위협론’은 강하게 부인했다. 시 주석은 “일부에서 중국을 ‘무서운 악마’에 비유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며 “앞으로의 역사가 진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국가는 이익이 아닌 의리를 추구해야 한다(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는 중국 고전 ‘대학(大學)’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강연에서 시 주석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당시 전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성금과 편지를 보내온 사연, 교통사고를 당한 후 회복되자마자 한국인에게 골수를 기증한 중국 남성의 사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익을 보고 친구를 사귀면 이익이 없어질 때 헤어지고 권세를 보고 사귀면 권세가 없을 때 헤어진다”며 “태극 문양이 보여주듯 양국 국민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아우르는 우정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자리에 참석한 서울대 학생들에게는 “청년은 양국의 미래이자 아시아의 미래”라며 “젊은이들이 아시아 부흥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도서와 영상자료 1만권을 서울대에 기증하고 내년에 서울대 학생 100명을 중국어 여름캠프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0분간 진행된 강연에는 중국 대표단과 귀빈, 서울대 학생과 교수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강연 시작과 끝에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강연 중간에도 26차례 박수갈채가 나왔다. 시 주석은 서울대를 찾으며 남긴 방명록에 ‘探索眞理 追求光明’(‘진리를 탐구하고 빛을 추구하라’는 뜻으로 서울대 표어인 ‘Veritas lux mea’의 중국어 표현)이라고 적었다. 강연을 마친 뒤 서울대는 시 주석에게 서울대 동양화과 김병종 교수의 작품 ‘서울대 정문’을 증정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시진핑 국빈 방문] “日 야만적 침탈 때 韓·中 양국 국민 생사 함께했다”
입력 2014-07-05 03:55 수정 2014-07-05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