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에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이 합의된 이후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등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연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정식 개설을 목표로 다음 주부터 로드맵 마련에 착수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일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 간 위안화 청산체제 구축을 위한 '위안화 금융서비스 협력 제고 양해각서(MOU)'에 따라 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교통은행 서울지점에 위안화 계좌만 개설하면 곧바로 위안화 결제 업무가 가능해진다.
교통은행은 1907년 설립된 국유 상업은행 중 하나로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내 5위 규모의 은행이며 2005년 8월 서울지점을 개설했다. 교통은행이 역외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역외 청산결제은행 지정을 확대해 왔다.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2012년 대만과 마카오, 2013년 싱가포르에 이어 올해 영국 독일이 추가됐다.
뉴시밍(牛錫明) 교통은행 회장은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인민폐(人民幣·중국 위안화) 청산업무 간담회 및 협약식'에서 "교통은행이 서울의 위안화 역외 직거래 시장 개설을 적극 추진해 최상의 위안화 결제 서비스로 한국 금융기관, 기업, 금융시장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뉴 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사절단에 톈궈리 중국은행 회장과 함께 포함됐다.
교통은행은 중국인민은행의 결제시스템(CNAPS)과 연결돼 역외 위안화 거래 결제대금의 청산·결제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참가 은행들의 계좌를 개설·관리할 뿐만 아니라 위안화 유동성 공급 업무도 수행하는 등 사실상 중국인민은행의 역외 지점 역할을 맡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련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위안화 금융서비스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다음주 중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위안화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는 이날 중국은행과 위안화 역외 허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MOU를 각각 체결했다.
한편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가운데 위안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위안화 예금은 119억7000만 달러(약 12조705억원)로 한 달 전보다 6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거주자의 전체 외화예금에서 위안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였다. 이 비중은 2012년 말 0.5%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2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위안화 예금은 1년 만에 50배 가까이 폭증했다. 고금리를 좇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중국계 외국은행 지점에 예금을 대거 늘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로 위안화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 위안화 예금 증가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중 조민영 기자 jjkim@kmib.co.kr
위안화 청산은행에 中 교통銀… ‘위안화 허브’ 속도낸다
입력 2014-07-05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