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재(58·사진)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4일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철로공사 납품비리 사건 주요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그가 사망하면서 검찰의 ‘철피아’(철도+마피아)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대전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소속 간부 이모(51)씨가 수뢰 혐의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전 이사장은 이날 새벽 서울 자양동 잠실대교 전망대에서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양복 상의와 구두를 벗어뒀고 휴대전화와 지갑, 유서가 남긴 수첩 등을 남겼다. 유서에는 “그간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도 못 갚고 죄송하다. 애정을 보여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원망은 않겠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은 널리 용서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인의 이름이나 검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전 3시30분쯤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이 유류품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오전 5시45분쯤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김 전 이사장은 전날 오후 1시쯤 가족에게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뒤 외출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참 안타깝고 한편으로 곤혹스럽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투신 배경에 수사로 인한 압박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5월 28일 자택 압수수색 이후 지인들에게 괴로운 심경을 토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직 검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지는 않았다.
검찰은 ㈜에이브이티(AVT)가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김 전 이사장이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출신으로 2011년 8월부터 올 초까지 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검찰은 특히 권영모(55)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이 AVT 대표 이모(55)씨와 김 전 이사장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 2일과 3일 연이어 소환조사했다. 이씨는 권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억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와 김 전 이사장은 영남대 동문이다. 검찰 관계자도 “권씨 소환조사는 김 전 이사장과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개인비리가 아닌 ‘민·관 유착’이라는 구조적 비리인 만큼 김 전 이사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남은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검찰은 AVT 납품비리 의혹 외에 삼표이앤씨와 궤도공영의 담합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들 역시 철도청·철도시설공단 등 관련 공기업 인사를 영입해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웅빈 백상진 기자 imung@kmib.co.kr
檢소환 앞두고 심적 부담?… ‘철피아’ 수사 차질 불가피
입력 2014-07-05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