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관계개선 속도전…北, 납치조사 전격 착수, 파격행보

입력 2014-07-05 03:17
북한이 4일 일본인 납치피해 문제 등을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명단과 활동 방법을 언론에 발표하는 등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를 열어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자마자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화답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특별조사위는 국방위원회로부터 모든 기관을 조사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해당 기관 및 관계자들을 조사 사업에 동원시킬 수 있는 특별권한을 부여 받는다"고 밝혔다. 북한은 서대하 국방위 안전담당 참사 겸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을 위원장으로, 김명철 보위부 참사와 박영식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에 해당) 국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명단도 발표했다.

특별조사위는 보위부, 보안부, 인민무력부, 인민정권기관 등으로 구성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할 조직이 조사 전면에 나선다. 위원회는 납치피해, 행방불명자, 잔류 일본인 및 일본인처(妻), 일본인 유골 등 4개 분과로 조직됐다. 또 시·도·군 단위까지 지부를 둬 중앙에서 지방까지 체계적으로 관장하게 했다.

과거 김정일 정권과 일본 고이즈미 정권 시절에도 납북자 문제에 관해 일련의 조치가 있었지만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번 조치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1차 조사 결과는 가을쯤 나올 것으로 보이며, 최종 조사 결과는 북한이 1년 내에 내놓아야 한다. 이번 협상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조사위 명단 공개는) 무조건 합의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우리의 입장표시"라며 "조·일 쌍방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성실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시점에 일본 측 관계자들의 방북을 받아들인다고 명시한 점도 주목된다.

앞서 일본은 각의를 열어 북한 주민의 일본 입국과 인도주의 목적의 북한 선박 입항 허용, 대북 송금 신고의무기준 상향(3000만엔·3억원), 북한여행자제령 철회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다음달 초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 각료회의에 맞춰 이수용 북한 외무상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