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재산] 위원회 뒤에 숨은 김관용 경북지사

입력 2014-07-05 02:44

“이전을 연기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연말까지 도청을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해 책임론이 불거진 김관용 경북지사에 대해 도청 내부에서도 “이건 아니다”는 볼멘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상황 모면에 급급한 데 대한 불만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도청 이전을 올 연말에서 내년 7월로 미룬다’는 발표를 직접 하지 않고, 책임도 없는 새출발위원회에 맡겼다. 새출발위원회는 경북도의 혁신을 위한 한시기구에 불과하다. 위원장 산하에 새경북창조·공익실천·공공개혁·화합상생 등 4개 분과, 6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지난 6·4지방선거 후 20일간 활동한 새출발위원회는 도청 이전시기를 내년 7월로 연기하자는 정책 제안 외에도 33개 공공기관을 26개로 줄이고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바꾸는 등 30대 세부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새출발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발표하면서 경북도의 민원대행 업체라는 냄새를 풍겼다. 경북도가 정책검증을 거쳐 직접 발표해야 할 사항들을 위원회가 제안하고 직접 공개까지 하는 수고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정책 제안 중 당초 개도 700주년을 맞아 올 연말까지 추진키로 했던 도청 이전을 정주시설 미비로 7개월 미뤄야 한다는 것은 도민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였다. 주요 공약 관련 발표를 김 지사가 아닌 새출발위원회가 외부에 공개한 것도 경북도가 강조해 온 ‘책임행정’을 무색하게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이미 내부적으로 이전시기를 연기키로 하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덜기 위해 새출발위원회를 방패막이로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지사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이전시기를 연기했다면 납득이 된다. 하지만 한시기구를 통해 이를 알리고 정작 본인은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 당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전국 유일 3선 광역단체장답게 직접 ‘유감의 뜻’이라도 밝히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대구=김재산 사회2부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