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네기평화연구원의 더글러스 팔 부원장은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그동안 남북문제에만 집중하던 데서 벗어나 동북아의 주요 행위자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의 미래가 한국에 있다고 판단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에 동의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인 팔 부원장은 3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한반도 통일에서 주요한 키를 쥔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공식 천명한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 주석 방한의 주요 목표가 무엇이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한반도의 미래가 한국에 있으며 승자의 편에 서기를 원했다. 그리고 시 주석은 이에 동의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일본을 고립시키고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 부원장은 “박근혜정부가 중국과의 한층 긴밀한 관계 증진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에만 의존하는 ‘실수’와 영향력의 축소를 방지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한국이 역내에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갖게 됐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이어 한국의 역대 정부가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해 왔는데 박근혜정부가 그 해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팔 부원장은 양국 공동성명에 적시된 ‘6자회담 재개 조건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과 관련해 한국이 ‘회담의 선결조건 충족’을 요구한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하자 “사실과 다를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북한이 헌법에 핵 개발을 명시한 상황에서 이 같은 관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박 대통령이 손님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팔 부원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합의된 2005년 9·19공동성명 발표 당시의 한반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은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6자회담 테이블에서 떠나지 않고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반대급부’를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정부는 한·미 동맹의 가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서 “일부 논평자들이 한·중 관계 밀착이 한·미 동맹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지만 한국 정부가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팔 부원장은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양자관계의 초점을 경제에 맞췄으며 이것은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북한 문제를 놓고 양국 사이에 미묘한 뉘앙스가 읽힌다”고 했다. 아울러 “공동성명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일본 문제도 불필요하게 포함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팔 부원장은 미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역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정보국(CIA) 선임 분석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했다. 미국의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냈으며 2006∼2008년에는 JP모건체이스의 국제 담당 부회장으로 근무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시진핑 방한 긴급진단… 美 전문가 인터뷰] “中, 한반도 평화적 통일 지지 朴 정부 주요한 외교적 승리”
입력 2014-07-05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