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병이 대상포진(帶狀疱疹)이다. 7∼8월에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원인은 더위와 스트레스 누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연령별 환자분포는 50대가 25.4%로 가장 많고 60대와 40대가 각각 16.2%로 뒤를 이었다. 젊은이보다는 고령자가 더 조심해야 하는 병이라는 얘기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 흔히 걸리는 감기는 며칠 푹 쉬면서 충분히 영양을 보충하면 대부분 쉽게 낫지만 대상포진은 그렇지 않다. 발병하면 가능한 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 바로 바이러스를 제압해야 한다.
기찬마취통증의학과의원 김찬 원장(전 아주대병원 교수)은 “만약 치료가 늦어지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란 후유증을 얻어 암성 통증 수준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상포진은 말 그대로 띠 모양의 수포가 피부에 생겨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피부에 붉은 반점이 일정한 띠를 두르듯이 생기면서 통증까지 느껴진다면 일단 대상포진을 의심하는 게 좋다. 비교적 연중 고르게 발생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발생률이 부쩍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대상포진바이러스’는 수두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다. 과거 수두를 앓은 사람의 몸속 척수신경에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돼 신경줄기를 따라 특유의 통증과 함께 띠 모양의 수포(물집)를 일으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첫 발병 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 몸살감기 정도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이는 피부에 띠 모양의 수포가 생기기 전에는 온몸이 쑤시고 아프거나 열이 나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제 가벼운 감기로 생각하고 방치하거나 감기약을 먹는 데 그치다가 병을 키우는 이들도 많다.
대상포진이 몸살감기와 분명하게 다른 점은 콧물, 재채기 등 호흡기 증세가 없다는 점이다. 또 일반적인 근육통과 달리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가슴, 배, 허리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나고 이어 수포가 형성되는 것도 일반 감기에선 보이지 않는 증상들이다.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임이석 원장은 “최근 더운 날씨에 육체적으로 무리를 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즉시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급성통증을 느낀 뒤에 작은 물집이 띠 형태를 보이며 몸의 한쪽에서만 나타날 경우엔 대상포진 때문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초기 대상포진은 피부과에서 주는 항바이러스제를 적절히 투약하는 것만으로도 잘 낫는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문제가 커진다. 감기 정도로 오인해 엉뚱한 감기약만을 먹거나 방치할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발전해 수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4∼6개월 이상 가슴이나 허리, 목 등 다양한 부위에 감각이상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후유증을 겪게 된다. 이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환자 중 약 10∼18%에서 나타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암 환자가 느끼는 통증 못잖게 극심하다. 옷자락이 환부를 살짝 스치기만 해도 환자들이 소스라칠 정도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걸리게 되면 피부과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문동언 원장(전 서울성모병원 교수)은 “대상포진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잘 관리하고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균형 있는 식생활을 통해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대상포진, 제때 안 고치면 신경통 된다
입력 2014-07-0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