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서로 스마트폰을 구경하다 인터넷 검색에 대한 이야기가 불쑥 나왔다. "주로 어디서 검색하세요?" "초록색 창이요. 몸에 밴 것 같아요." 십중팔구다. 더러 주류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지만 이미 대세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 하면 네이버를 떠올린다. PC에서나 모바일에서나 다르지 않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건 이미 습관이 됐다.
그러나 국내 포털 업계의 ‘선구자’는 다음이었다. 1995년 설립 당시 자본금은 5000만원. 직원은 이재웅 사장을 비롯해 3명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PC통신 세상에서 다음이 불러온 변화는 대단했다. 전자우편 서비스 ‘한메일’,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카페’ 등을 선보이며 포털 시장을 활짝 열었다. 대항마가 없었던 다음은 쇼핑·증권·보험·부동산 서비스 등으로 거침없이 영역을 확대했다. 2003년에는 각 언론사의 뉴스와 독자적으로 생산한 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다음’을 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시장점유율은 추풍낙엽이었다. 1999년 등장한 네이버 때문이다.
당시 네이버는 다음과 비교하면 작은 검색 사이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한게임을 흡수하고 덩치를 불려나가면서 다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현재 7대 3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
분루를 삼키던 다음이 최근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업계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 SNS, 게임 등 모바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카카오는 특히 모바일에서 네이버에 뒤처지던 다음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다음과 카카오가 모바일 플랫폼, 콘텐츠, 검색, 광고 등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는 카카오 플랫폼에 다음의 웹툰, 검색 등의 서비스를 싣는 방안이 유력하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이를 활용한다면 모바일 검색 부문에서도 최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두 회사의 플랫폼을 연계해 광고 효과를 키우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음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이용자에게 다음 검색 서비스 사용을 유도해 트래픽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가 온라인 뉴스 플랫폼에서 ‘공룡 미디어’ 네이버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카카오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읽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음과의 합병 발표 이후 카카오 브랜드 가치는 뛰고 있다.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은 올 2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카카오톡의 가치평가지수(BSTI)는 915.4점으로 1분기보다 한 계단 오른 3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네이버(901.6점)는 4계단 하락하며 11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장 1위 탈환’을 낙관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다음과 카카오는 내수형 기업이었다. 카카오톡의 글로벌 가입자수는 1억4000만명, 매출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발생한다. 반면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전 세계 230여개국에 4억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다. 라인을 넘어서야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업체들과 싸울 수 있다.
키움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포털로서 다음의 가치와 검색 및 디스플레이 광고, 게임 사업이 카카오의 모바일 서비스와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면서 “네이버의 국내포털 시장 영향력을 상당 부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Cover Story 국내 양대포털 쟁투] 네이버-다음카카오 한판 붙자!
입력 2014-07-05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