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에선 일본 우경화와 관련한 언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두 정상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과 집단적 자위권 각의 결정 등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경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실제로 두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 본문과 기자회견에선 일본과 관련된 언급은 아예 없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그러나 단독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왜곡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우려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결과는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앞서 2일 방송된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고노 담화 검증을 ‘담화 훼손 시도’로 규정한 뒤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시 주석 방한 전 “양국이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중 정상이 만나 일본 문제를 논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시 시 주석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과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위한 헌법 재해석 움직임 등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외적으로 일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양자 정상회담에서 제삼자를 언급하지 않는 외교관례에 따른 것이다. 한·중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일본을 정면 비판할 경우 파생될 심각한 대일 외교 마찰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미·일 3각 안보공조 틀을 흔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 공동문건이나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 얘기를 집어넣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한·중 양국의 위안부 문제 공동연구 부분이 공동성명 부속서에 명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양측이 연구기관 간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 연구, 복사 및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한다’고 돼 있다. 양국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위안부’ 표현이 실린 것은 처음이다.
부속서에 ‘위안부’ 표현을 넣음으로써 양국이 역사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또 ‘양측은 역사연구에 있어 주요 연구기관을 포함한 학술계의 사료 발굴, 조사·열람, 연구 등 분야에서 상호 교류와 협력을 계속 강화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중 양국은 ‘한·중·일 3국 협력이 각각의 발전은 물론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표현해 일본의 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지난해 6월 두 정상이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직접적이다. 당시 두 정상은 ‘역사 및 그로 인한 문제로 역내 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데 우려한다’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한·중 정상회담] 성명에 日 언급 안했지만… ‘위안부’ 표현 부속서 첫 명기
입력 2014-07-04 03:49 수정 2014-07-04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