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s·MSF)의 미국 본부는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 맨해튼의 7번가 한 건물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MSF 미국 본부는 사무실 내부에 칸막이가 없고 출입문도 유리로 돼 있어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사무실 곳곳에는 분쟁 지역의 사진들과 취약계층에 대한 의약품 지원을 촉구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이들이 활동하는 현장의 긴급성을 느낄 수 있었다.
90년 설립된 미국 본부는 현장 사업 관리, 후원금 조성, 파견인력 채용, 취약계층 옹호 활동 등으로 프랑스의 MSF 국제본부를 지원한다. 그래서 의료인력뿐 아니라 모금마케팅, 자금, 인사, 홍보, 정보통신(IT) 등 여러 분야의 사업지원 인력이 일한다. 이곳에서 회계를 맡고 있는 재미교포 크리스틴 정씨는 “의료인력만 MSF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사회 역시 의료계 인사와 비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MSF는 71년 나이지리아 내전 때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힘을 합쳐 설립한 국제구호단체다. ‘전쟁과 재해 등 가장 열악한 지역에서 봉사하는 의사들의 모임’ ‘긴급구호와 고발 기능을 동시에 지닌 비정부기구(NGO)’로 유명하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23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고 2012년 기준으로 분쟁국과 빈곤국 등 70여개국에 의사와 간호사, 전염병 학자, 정신의학자 등 의학 및 관리·행정전문가 3만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878만명 이상을 진료했고 응급 제왕절개 등 큰 수술을 7만8500건 집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사선을 넘나들며 환자를 치료한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NGO보다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MSF는 전 세계 후원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MSF로 모이는 막대한 민간 후원금이 그 증거다. MSF의 전체 후원금은 연간 12억6000만 달러(1조2700억원)인데 이들 중 89%가 개인과 회사, 재단에서 기부한 것이다. MSF 모금액 1위인 미국 본부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모금액 1억8930만 달러 가운데 92%인 1억7433만 달러가 개인후원금이다. 정부 지원은 전혀 받지 않으며 기업이나 재단의 후원은 각각 전체의 5%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누구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금집행의 독립성을 지키고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쿠만 개발국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MSF가 기업이나 재단보다는 개인들의 기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래야만 위기상황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NGO에 비해 MSF 미국 본부의 개인 기부 비중이 월등히 높은 이유를 묻자 ‘정직하고 투명한 기금운용’과 ‘조직 미션에 충실했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쿠만 개발국장은 “우리는 긴급구호현장의 필요를 판단한 뒤 모금하고 목적이 완수되면 후원자에게 사용내역을 보고하고 남은 금액을 어떻게 사용할지 의사를 묻는다”면서 “이런 활동이 후원자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기부와 나눔의 나라, 美 NGO 본부를 가다] (3) 미국 국경없는의사회
입력 2014-07-04 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