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연구교수에 논문 대필 시킨 정교수들

입력 2014-07-04 02:29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대학 교수들이 계약직 신분의 연구교수에게 수시로 논문 대필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교수는 채용 대가로 2000만원을 상납했으며, 정교수들의 지시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학위 논문 등을 대신 써줘야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K대 체대 소속 김모(45), 노모(48) 교수와 이 학교 축구부 감독 김모(46)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10년도 K대 교수 채용 과정에서 박모씨를 연구교수로 추천해 주는 대가로 5000만원을 요구한 뒤 실제 자신의 추천에 따라 임용되자 2000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넘겨받았다. 이후 김 교수 등은 박씨를 ‘논문 대필자’로 부렸다.

김 교수는 2010년 3월 다른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축구부 김 감독이 학회에 제출할 논문을 박씨에게 대신 쓰도록 시켰다. 김 교수가 김 감독에게 “제약회사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해 신약 효능을 실험해야 하는데 축구부 선수들을 실험에 참여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김 감독은 “박사 학위 취득에 필요한 점수를 따야 하니 학회에 제출할 논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박씨가 대필해 준 논문은 그해 4월 김 감독과 지도교수 명의로 학회지에 실렸다.

노 교수도 교수직에 지원하려는 친구 주모(48)씨의 부탁을 받고 2011년 3월 박씨에게 학회 제출용 논문을 대리 작성토록 했다. 이 논문 역시 주씨 이름으로 학회지에 나갔다. 노 교수는 같은 해 10월 K대 체육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토공업체 대표 최모(57)씨의 학위 논문도 박씨에게 쓰게 했다. 최씨는 박씨가 2주일 정도 만에 작성한 논문의 제목과 일부 문구를 수정해 대학원에 제출했으며, 심사를 거쳐 몇 달 뒤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씨는 검찰에서 “교수님들이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씨의 논문 대필 행위가 더 있었는지 추가로 조사한 뒤 박씨 처벌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