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북한에 대한 자국의 독자 제재 중 일부를 해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핵을 포함한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한 날 일본은 북한에 대한 빗장을 푸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납치문제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북한 국방위원회, 국가안전보위부 등 국가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기관이 전면에 나섰다”며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일본이 취해 온 일부 조치를 해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북한이 4일 납치문제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기로 함에 따라 일본도 같은 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제재 해제’를 공식 결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제되는 대북 제재는 북한 당국자 입국 금지 등 인적 왕래 규제, 10만엔 이상 현금 지출과 300만엔 이상 송금 때 의무 신고, 북한 국적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등이다. 또 방북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 간부 재입국 금지, 일본 국민의 방북 자제 요청 등도 풀릴 전망이다.
다만 일본에서 북한으로 물자를 방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만경봉호의 입항과 북한 국적기 취항 금지는 이번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일본과 국장급 협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북한의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는 기자들에게 “이미 합의됐던 것이고 돌아가서 구체적인 것을 우리 정부에 보고해서 거기에 맞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이 제재 해제와 관련한 실무적 절차를 상세히 우리 측에 통보하고, 우리는 특별조사위원회의 권능과 구성 체계, 주요 구성원 등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북한의 특별조사위원회에 만족감을 나타낸 것은 국가안전보위부가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그동안 국가안전보위부가 납치에 관여했다고 의심해 왔다. 북측 특위 위원장은 서태하 국방위원회 안전담당 참사 겸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맡는다.
양국은 지난 5월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납치 피해자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에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하는 등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일본의 독자적 제재 해제는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한국과 미국의 우려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아베 “독자적 대북 제재 일부 해제”
입력 2014-07-04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