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동작을 공천 놓고 무슨 일이… 안철수·박원순 밀약說 공천파동 조짐

입력 2014-07-04 03:11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궐 선거 서울 동작을에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인 기동민(48)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3일 결정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박 시장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기 전 부시장이 당초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기 때문에 당내 반발 등 후유증이 상당할 전망이다. ‘뒤죽박죽 공천’ ‘멘붕 공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공천파동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두 공동대표는 기 전 부시장을 통해 박 시장의 ‘바람’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박원순을 지키자, 박원순 신임 선거를 만들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스스로 미래세력임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지낸 허동준 예비후보는 당 대표실을 찾아가 고성을 지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허 후보는 “당이 이렇게 패륜적 상황을 만들어도 되느냐. 승복할 수 없다”고 말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대표가 무리한 방식으로 기 전 부시장에게 전략공천을 줬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안철수·박원순 밀약설’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와 박 시장, 기 전 부시장과 허 후보의 인간 관계 및 정치 역학을 고려하면 밀약설보다는 ‘매우 냉정한 전략공천’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는 자신의 측근 금태섭 대변인으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가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야권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울에서 가장 득표력이 뛰어난 박 시장을 선거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기 전 부시장이 출마하면 자연스럽게 안 대표와 박 시장이 연대하는 모양새가 취해지고, 패할 경우 책임도 나눠질 수 있다.

한 486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 전 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 허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막을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운동 20년 지기인 두 사람은 전대협 대변인을 차례로 역임했다. 전날 광주에 후보 사무실 개소식까지 개최한 기 전 부시장이나 박 시장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이 크다. 기 전 부시장은 발표 당일 오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한테 선거책임까지 떠넘기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당내에서는 두 공동대표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략공천을 하려면 아예 후보자 공모를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보자 면접까지 봐놓고 뒤늦게 전략공천을 택했기 때문이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6·4지방선거에 이어 지도부의 독단과 독선적 결정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