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빈 방한 첫날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보냈다. 시 주석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이어가는 등 양국 정상 간 친밀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 내외는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청와대를 방문했다. 공식 환영식에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어를 간간이 사용하며 부드럽게 회의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의미의 '일덕일심(一德一心)'을 중국어 발음 '이더이신'으로 읽으며 "앞으로 이런 협력을 계속해 더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개인의 시간은 또 어디로 갔나, '스젠더우취나얼러'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업무에 열중하고 계신다고 들었다"며 중국어를 사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단독정상회담은 예정된 45분을 넘겨 100분간 진행됐다.
시 주석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중국에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며 "중·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이고 서로에게 좋은 동반자와 친구이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고 위로했다. 또 확대정상회담에서 한국 김치 수출 문제가 언급되자 "나도 맛있는 김치를 좋아한다"며 "한국 김치가 위생 기준에 걸려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데, 위생 기준이 개정되면 한국 김치도 곧 중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 내외를 맞이하며 옅은 빨간색 재킷을 입는 등 상대국 정상을 위한 세밀한 노력을 기울였다. 빨간색은 중국에서 권력과 명예, 부, 길함 등을 상징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회담 후 영빈관에서 국빈만찬을 열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김관용 경북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 아이돌 가수 등 정·재계와 문화·체육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만찬에 참석한 바둑기사 이창호씨를 반갑게 맞이하며 '팬'이라고 말했다. 악수도 길게 했다.
만찬에선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펑리위안 여사의 가수 시절 대표곡인 '희망의 들판에 서서'를 합창하기도 했다. 펑 여사는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 노래는 펑 여사가 1982년 중국 CCTV의 설특집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다. 중국의 '국민가수'로 불린 계기가 됐다. 지난해 박 대통령 방중 당시 중국 측의 성의 있는 공연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준비됐다. 국빈만찬 역시 예정된 8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자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자 세계적인 희귀종인 판다를 임대 형식으로 우리 정부에 선물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 쌍의 판다를 한국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판다 선물은 중국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나라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중국이 한국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1957년부터 판다 외교를 시작했다.
정부는 공항 입국에서부터 시 주석 의전에 공을 들였다. 서울공항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외와 권영세 주중대사 내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최종현 의전장 등이 직접 나가 시 주석 내외를 영접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r
[한·중 정상회담] 朴, 중국어로 모두발언… 習 “中·韓 관계 매우 중시”
입력 2014-07-04 03:43 수정 2014-07-04 0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