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혐의’ 김형식, 철도 납품비리에도 연루

입력 2014-07-04 03:16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3일 서울 강서경찰서를 나서며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 의원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왼쪽 사진). 김 의원이 시키는 대로 살인을 저지른 팽모씨도 함께 송치됐다. 구성찬 기자

살인청부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이 철로공사 납품비리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권모(55)씨도 수년간 같은 업체로부터 억대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를 잡고 권씨를 소환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김 의원이 레일체결장치의 독일 보슬로사 제품 수입·납품업체인 ㈜에이브이티(AVT)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최근 AVT 대표 이모(55)씨 주변 계좌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을 확인하고 용처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에게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부인도 지난달 24일 남편이 살인청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될 당시 지인들에게 “AVT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는데 그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VT 본사는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가양동 테크노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1∼4호선 궤도개량 공사 과정에서 AVT 제품에 특화된 이른바 ‘B2S’ 공법을 적용해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2010년 시의원에 당선된 이후 금품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VT가 권씨를 상대로도 억대 금품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이날 권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권씨는 전날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권씨에게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이씨와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VT가 2012년 호남고속철도 2단계 궤도공사에 레일체결장치 납품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권씨가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법 위반 등 로비와 관련된 여러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조순 전 서울시장 비서관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AVT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계 인사는 지난달 26일 구속된 감사원 감사관 김모(51)씨, 검찰 수사 대상인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김 의원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김 의원의 사주를 받고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44)씨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쯤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침통한 표정으로 서울 강서경찰서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살인교사와 AVT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하느냐” “국민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호송 차량에 올라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피해자 송모(67)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만큼 뇌물수수 정황은 충분하지만 자백 외에 다른 증거가 부족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웅빈 전수민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