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용후핵연료 해법 공론화 시동… “지층 저장을”-“건식 재처리 효과”

입력 2014-07-04 02:35
우리는 원자력발전 덕에 값싼 전기를 쓰고 있지만 대가를 치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고열과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4개 원전부지 내에 임시저장하고 있지만 이미 70%가 채워져 2024년부터는 쌓아둘 곳이 없어진다. 부지 선정과 건설 과정 등에 1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정부로서는 더 이상 결론을 미룰 시간이 없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통해 연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부지로 선정됐다가 ‘민란’ 수준의 주민 반발을 불러일으킨 2003년의 부안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공론화위원회는 3일 해외전문가들을 초청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방식에 관한 포럼을 열었다. 이 방식은 사용후핵연료를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해 핵연료로 활용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약으로 인해 재처리 시설을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양국은 2020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방식의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원자력협정 재개정 협상에 재처리 권한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이날 연사로 나선 프랭크 본 히펠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재처리 방식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은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며 “한국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심지층 처분(깊은 땅속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윤일 미국 국립핵물리학연구소 박사는 “원전 발전과 수출 규모가 커지는 한국은 지속적인 원자력발전을 위해 핵폐기물에 대한 확실한 관리대책이 필요하다”며 “파이로프로세싱-고속로 연계 기술은 자원재활용 등의 효과를 갖고 있어 개발해야 한다”고 맞섰다.

독일의 사용후핵연료 전문가인 클라우스 얀버그 박사는 “독일은 1970년대에 시작된 핵연료 재처리 방식을 도입했지만 고비용 및 안전성 문제로 89년 전면 중단했다”며 “현재는 건식 저장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쓰고 난 뒤 꺼낸 우라늄 연료 다발이다. 강한 방사선과 고열을 내뿜어 전 세계적으로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만년 정도가 지나야 자연 상태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수준으로 독성을 낮출 수 있다.

대부분의 원전 운영국은 중간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며 열과 독성을 낮추고 있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목표다. 영구처분장을 건설한 국가는 아직 없고 핀란드와 스웨덴이 부지를 확보한 단계다. 이들 나라는 500∼1000m 깊이의 암반 지대를 굴착해 처분장을 짓고 외부와 철저히 격리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이 끝나는 대로 처분 방식과 부지선정 등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