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중 정상회담 경제협력 분야의 최대 성과물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이다. 민감 품목 협상 진전이 더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우리가 원했던 새만금 한·중 경제협력단지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불발되는 등 구체적인 중국의 대한(對韓) 투자 확대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효과 기대=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은 원화를 위안화로 바꿀 때 홍콩에 있는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이용해야 했다. 위안화 결제를 위해 ‘국내 은행→홍콩 시중은행→홍콩 청산은행→중국 은행 실시간 결제 시스템’의 4단계를 거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고 이를 다시 위안화로 바꾸면서 두 번의 수수료를 냈고 절차도 복잡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은행들은 서울에 생기는 위안화 청산은행을 통해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등 무역거래가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또 거래를 통해 확보된 위안화를 중국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한국에 800억 위안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OFII) 자격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한·중 FTA 타결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양국 정상이 조속한 협상 타결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실무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수입위생 기준에 걸려 사실상 수출 길이 막혀 있는 우리 김치의 대중 수출이 활로를 찾을 계기도 마련됐다. 중국이 우리 김치의 수입위생 기준을 완화하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치는 특성상 비병원성 대장균군이 검출되는데 지금까지 중국은 절임채소에 대한 대장균군 함량 기준에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창조경제와 중국의 혁신국가 건설 정책을 기반으로 양국 간 전반적인 경제협력 강화를 명시한 ‘창조 및 지속 가능한 발전 촉진에 관한 MOU’를 체결한 것도 양국 경제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분석이다.
◇새만금 MOU 체결 불발=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새만금 경제협력단지 조성 협력을 위한 MOU 체결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중 공동성명 부속서에 ‘추후 지속 협의해 나가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로 합의’를 명시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위해 외국인 투자 기업이 새만금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게 관련법도 고쳤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프랑스 국빈방문 때 푸조 지분 인수 등 248억 달러(26조7000만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등 해외 순방국에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4일 열리는 한·중 경제통상 포럼에서 시 주석이 투자 관련 언급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 측은 중국으로부터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대신 중국이 원했던 아시아투자인프라은행(AIIB)의 한국 가입 권유와 관련해 양국은 AIIB 관련 중국 제안에 한국 측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계속 협의하기로 부속서에 명시하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성격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한·중 정상회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열고 김치 수출 길 닦았다
입력 2014-07-04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