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중인 팬택의 운명이 이동통신 3사의 손에 의해 결정될 상황에 처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일 팬택에 빌려준 자금에 대한 출자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채권단은 3일 3000억원가량의 출자전환과 2018년까지 원금상환 유예를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통 3사가 1800억원가량의 출자전환을 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팬택에 단기적인 자금 지원을 해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통사가 팬택 생존에 일정부분 책임질 수 있도록 개입해 달라는 것이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채권단도 참여하지 않게 되고 팬택은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독자생존보다는 매각이나 청산 등의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통 3사는 받을 돈 1800억원(SK텔레콤 900억원, KT 500억원, LG유플러스 4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출자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출자전환을 해도 팬택이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양이 평준화되면서 제품력 못지않게 마케팅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팬택이 삼성전자 등과 겨루기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없다면 팬택이 회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전환을 통해 팬택의 주주가 되면 향후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팬택 문제가 꼬였을 때 불어올 수 있는 후폭풍 때문에 이통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이통 3사가 보유하고 있는 60만∼70만대의 재고가 부담이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재고 물량은 사실상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액으로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이통사들이 팬택 회생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통사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팬택이 매각된다면 중국 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팬택의 특허를 중국 업체가 고스란히 가져가게 돼 ‘제2의 쌍용차’가 될 우려도 크다.
팬택은 “어려움에 처한 것은 1차적으로 우리의 잘못이지만 정부와 이통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팬택은 1, 2월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했으나 3월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영업적자는 67억원으로 7분기 연속 적자이긴 하나 적자폭은 많이 개선됐다. 팬택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판로가 막힌 게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영업정지는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이 촉발했고, 정부가 결정한 일이니만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팬택은 월 15만대 정도를 판매하면 생존할 수 있고, 영업정지 같은 변수가 없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팬택의 임직원은 2000명 안팎이다. 팬택과 거래하는 업체 550곳을 포함하면 연관된 종사자는 8만명에 달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이통3사, 출자전환 부정적… 팬택 법정관리 가나
입력 2014-07-04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