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예수와 함께 죽어야 다시 산다

입력 2014-07-04 03:00
지난 2일 경기도 성남 한신교회에서 열린 이중표 목사 별세 9주기 추모예배와 기념포럼에서 이윤재(한신교회)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앉아 있는 사람은 발제를 맡은 서울신학대 박명수 교수(오른쪽)와 한신대 외래교수 홍경택 목사. 한신교회 제공

경기도 성남 분당구 동판교로 분당한신교회(이윤재 목사)는 지난 2일 고(故) 이중표 목사 별세 9주기 추모예배와 기념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는 자기포기와 회개를 강조한 이 목사의 신학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중표 목사의 목회와 복음주의 신앙’에 대해 발제한 서울신학대 박명수 교수는 “이 목사는 ‘예수와 함께 죽어야 비로소 다시 산다’고 강조하는 ‘별세신학’을 주창했다”며 “별세신학의 골자는 욕망과 죄악에 사로잡힌 자신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와 같이 못 박고, 회개를 통해 부활한 예수와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성공주의와 세속주의에 물들고, 세상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예수와 함께 죽고,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목회자가 먼저 욕망과 잘못된 관습에 물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세는 죽음을 뜻하지만 그 죽음이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별세신학의 중심에는 행복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사 안에서 별세신학의 신학적 위치’에 대해 발표한 홍경택(한신대 외래교수) 목사는 “별세신학은 이 목사가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고 다듬어졌다”며 “이 목사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만연한 극단적 개인주의, 기복신앙, 물질주의적 가치관 등을 지적하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체험을 통한 희생과 섬김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개인의 변화를 넘어 세상이 변화하기를 원한 이 목사의 바람대로 크리스천들은 용서와 사랑을 베풀어 도덕적인 시대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논평자로 나선 평택교회 이종원 목사는 “순교적 영성과 생명 살림의 영성을 담고 있는 별세신학이 기독교 신앙의 공적인 기능을 회복하고, 불의한 세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개교회 중심주의와 분열로 점철된 한국교회의 위기가 별세신학을 통해 극복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 양림교회 최학휴 목사는 “오늘날 우리는 예수를 믿으면서도 무엇을 입고 먹을지를 염려하며 오직 나 중심으로 살고 있다”며 “‘내가 십자가와 함께 죽었다’고 말한 이중표 목사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