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일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관가에서도 '한·중 밀월'이 어디 수준까지 진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운 반면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의 방한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양국 관계 진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사 문제 공조에 신경 곤두세우는 일본=박 대통령이 2일 방영된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고노(河野) 담화 검증을 비판하는 등 역사 문제를 다시 거론하자 일본 내에서는 한·중 양국이 일본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에 일본의 역사 문제는 공통의 관심이다. 두 정상이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한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지난 1일 발언을 전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내년이 항일전쟁 승리와 광복절 70주년에 해당한다며 '중·한 공동 기념식'을 제안했다는 CCTV 보도 내용을 교도통신 등이 속보로 내보내는 등 한·중 역사 공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또 공동성명에서 직접적인 대일 비판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교도는 정상회담 공동성명 부속서에 위안부 공동연구 관련 내용이 포함됐지만 일본을 지목한 비판은 없었다고 소개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을 한국 측이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의주시하는 미국=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국이 인접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역내 국가 간 대화를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자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동북아에서 한·미간 핵심 동맹관계를 동요시키겠다는 중국의 결의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동북아의 주요 행위자라는 것을 힘으로 과시하며 역내 질서를 재형성하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카네기평화재단의 한반도 전문가는 "미국은 중국이 열렬히 한국에 '구애'하는 배경에 한·미·일 안보공조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영하는 중국=중국 언론은 시 주석의 방한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의 사회상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꿈과 한국 꿈이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간다'는 제목의 글에서 "중·한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와 있다"면서 "시 주석의 방한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심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썼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일본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대응방안 등을 소개했다.
경화시보는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한국을 '좋은 교재'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보는 5∼6면에 시 주석 방한 특집을 게재했고 '한국에 대한 진실과 오해'란 코너에서는 "한국에서는 여고시절에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면서 "많은 여성이 성형 수술을 하지만 모든 여성이 하는 것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CCTV 인터뷰 때 시 주석을 "온화하고 원만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는 내용도 퍼지고 있다.
워싱턴· 베이징=배병우 정원교 특파원 bwbae@kmib.co.kr
[한·중 정상회담-일본·미국·중국 반응은] “한·중 밀월 어디까지…” 촉각 곤두세운 일본·미국
입력 2014-07-04 02:08 수정 2014-07-04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