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보이지 않지만… 전도 열정은 뜨거워요

입력 2014-07-04 02:45
시각장애인 교회인 서울 관악구 복천교회 조완제 목사(왼쪽)와 성도들이 2일 교회 인근에서 노방 전도 활동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건강한 사람들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바쁘다’ ‘피곤하다’ ‘여유가 없다’ 등 이유가 많다. 하지만 앞을 못 보면서도 헌신적으로 남을 돕는 이들이 있다. 시각장애인 교회인 서울 관악구 봉천로 복천교회(조완제 목사) 성도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성도는 매주 수요일과 주일 안마와 지압, 침 봉사에 나선다. 불편한 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2일 오후 이들은 교회 지하 방에서 무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침을 놓고 그동안 갈고닦은 안마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섬김을 받은 이들은 모두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이들이 중도에 시력을 잃고 힘들게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날 1시간가량 침과 안마시술을 받은 주현덕(79) 할아버지는 “그동안 온몸이 욱신욱신 쑤셨는데 침을 맞고 안마를 받으니 좀 살 것 같다”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성스레 봉사하는 모습을 보니 여생이나마 이웃을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성도들은 봉사활동을 마치면 거리전도에 나선다. 성경구절과 교회안내 등이 적힌 전도용 휴지를 나눠주며 “예수 믿으세요”를 힘차게 외친다.

이들은 또 모임을 통해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세상 살아가는 법을 주고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처럼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금식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이날 안마와 침술 봉사를 한 심기호(65·안마사) 장로는 “20대에 갑자기 실명해 힘들었지만 이젠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보람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의 봉사활동과 거리전도는 10년 전 조완제(59·시각장애 1급) 담임목사의 제안을 계기로 시작됐다.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설움을 떨치고 이웃에게 예수사랑을 전하자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김미현(59) 사모는 “거리전도로 교인이 늘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하지만 전도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소중한 일이니, 당장 열매가 없어도 계속 전도하면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믿음 때문이었을까. 1984년 서울 노량진 가정집에서 시작한 복천교회는 하나님의 큰 복을 받고 있다. 현재 출석교인이 100명에 달한다. 시각장애인 교회 치고는 꽤 큰 규모인데 이 중 40%는 비장애인이다. 2010년 12월 지상 5층, 지하 1층 빌딩을 구입해 이전했다.

거리전도에 매주 참여한다는 장정아(42·시각장애 1급) 성도는 “시각장애인들이 거리에서 전도하면 위험할 것이라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비장애인과 짝을 지어 나가기 때문에 위험한 일은 거의 없으니 걱정의 말보다는 격려의 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