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만의 실리 넘어 역내 평화토대 구축해야

입력 2014-07-04 02:32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교류·협력 확대와 북핵 불용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의 이번 회동은 취임 후 다섯 번째로, 과거 어느 때보다 서로의 국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국 정상이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한 것은 큰 성과다. 정상회담에서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미사여구식 합의에 그치지 않고 실사구시 성격의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한·중 FTA 협상 촉진,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양국 국민의 영사보호 강화를 위한 협정 체결, 사고와 천재지변 시 긴급 구조 및 지원,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감축, 외교·국방 당국 간 교류·협력 강화 등이 그것이다.

두 정상은 동북아의 최대 이슈인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결과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는 표현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다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도 못한 것은 아쉽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북한 핵무기’가 아니라 ‘한반도 핵무기’라고 표기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의식한 결과다.

양국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구상, 남북한 평화통일에 대해 시 주석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허한 소리일 뿐이다. 양국 정상은 ‘고노(河野) 담화’ 훼손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조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본을 자극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내놓지는 않았다. 공동성명 부속서에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 연구’를 명시했을 뿐이다.

작금의 동북아는 강대국들이 세력 재편을 위한 파워게임에 돌입한 형국이어서 우리나라가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견제와 균형 외교를 구사해야 한다. 중국이 급부상하는 시점에서 이번처럼 중국과 우호협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기존의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된다. 남북분단 상태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제1의 우군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지나치게 중국에 기울어 미국이 일본과 밀착함으로써 행여라도 한·미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대일 관계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겠다. 한·중 관계 개선은 필연적으로 북한과 일본의 유착을 부른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독자 시행 중인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키로 결정한 것은 중차대한 문제다. 대북 압박 정책의 한·미·일 공조에 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 발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만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틀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