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70) 동부그룹 회장 일가족이 보유한 상장주식 가치가 최근 5년간 배로 불어나 1조원을 넘어섰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유동성이 나빠진 뒤에도 배당금으로 1000억원 가까이 챙겼다.
재벌닷컴이 3일 집계한 결과 김 회장 부부와 장남 남호(39), 장녀 주원(41)씨 등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주식 가치는 2일 종가 기준 1조500억원가량으로 나타났다. 2009년 1월 2일 4589억원의 2.3배다.
주식 자산은 장남 남호씨가 557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 회장과 딸 주원씨가 각각 3322억원, 1584억원이었다. 남호·주원씨의 주식 자산은 2009년 초보다 각각 165.4%, 170.5% 불어났다. 김 회장의 주식 자산은 77.3% 늘었다.
이들 가족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 계열사로부터 988억원의 주식 배당금을 챙겼다. 동부그룹이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에다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시기다.
5년간 받은 배당금은 남호씨가 524억원으로 가족 중 가장 많았다. 2011년과 2012년 받은 주식 배당만 각각 116억2000만원, 134억5000만원이었다. 김 회장은 2009년 53억7000만원, 2010년 62억1000만원, 2011년 68억2000만원, 2012년 77억2000만원, 지난해 49억1000만원을 받았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여개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을 만나 “동부는 동양과 달리 시장성 채무가 많지 않다”며 “(동부그룹) 5개 계열사의 일반 개인투자자가 가진 회사채를 다 합쳐도 335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부채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채무 비중이 컸던 동양그룹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떠안겼다. 동부그룹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 원장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제재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
그룹은 벼랑끝 몰리는 새… 동부 오너 일가 주식배당금 1000억 챙겨
입력 2014-07-04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