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룡마을 재개발사업 성공사례로 만들자

입력 2014-07-04 02:30
서울 강남의 집단무허가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일부 환지 방식을 포함한 기존 개발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재개발 협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SH공사는 1242가구, 2530명인 거주민 100% 재정착을 목표로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하면서 토지매입비를 줄여 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환지 혼용 방식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강남구는 환지 방식이 대토지주에게 특혜를 주게 된다는 입장이다.

환지 방식은 현재 농지인 땅을 주택지로 전용한 뒤 일정 비율의 땅을 토지주에게 토지보상금 대신 지급하는 것이다. 반면 강남구는 SH공사가 전체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환지 규모를 2∼5%로 줄이고 환지 상한선을 660㎡로 제한해 특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구룡마을 개발사업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 서울시의 환지 혼용 방식 결정을 무효로 볼 수 없다면서 서울시와 강남구가 조속히 협의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에 대해 “환지 방식을 혼용한 개발 방식이 유효함을 인정받았다”면서 개발계획 결정을 위한 절차 이행을 강남구에 촉구했다. 그러나 신 구청장은 “감사원은 시가 일부 환지 방식으로 바꾸면서 강남구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며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이어진 지난 2년 동안 강남구는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신 구청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도 ‘사업 무산 후 강남구에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구룡마을 공영개발 방식은 원주민 정착률이 5∼30%에 불과한 민간개발 방식과 달리 거주민의 주거 여건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동텃밭, 공동작업장 등 마을 발전에 필요한 일자리 창출 시설, 의료지원단지 등을 유치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정착률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환지 혼용 방식을 적용하면 전용면적 49㎡ 임대주택의 경우 보증금을 2500만원, 월세를 19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가 이런 서울시 개발 방식을 거부하는 것은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꺼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빈민촌을 이웃에 두지 않으려는 일종의 님비현상을 반영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구룡마을을 새로운 재개발 모델의 성공 사례로 만들도록 하자. 구룡마을은 다음달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된다. 주민공람 공고와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 안에 협상이 타결돼야만 한다. 강남구는 조속히 정책협의체에 참여해 서울시와 접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