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이스라엘 소년의 납치와 살해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피의 보복’이 계속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신생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면서 통합정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은 3일(현지시간) 새벽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 군사시설과 가자시티 동·서쪽에 대해 수차례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2일에는 동예루살렘에서 10대 팔레스타인 소년이 차로 납치돼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30일 실종된 10대 소년 3명의 주검이 20일 만에 발견된 지 몇 시간 만에 공습을 단행한 데 이어 보복성 납치 살해가 이어진 것이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소년이 살해된 것을 규탄한다”며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비난이나 앙갚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연일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강공책으로 지난달 2일 출범한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정치적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출범에 이스라엘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특히 이번 사건 발생 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자국 청소년을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파타를 이끄는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살인을 일삼는 테러 집단과 동맹을 맺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 협력적인 입장을 보인 아바스 수반에 대한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의 행정수도인 라말라에서는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해 경찰차 여러 대가 파괴됐다. 하마스 지도부도 아바스 수반을 “반역자”라 부르며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아바스 수반이 하마스와 협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 소년이 납치돼 보복성 살해를 당하자 이를 강력 비난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아바스 수반을 압박하는 것은 통합정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라말라에 있는 비르제이트 대학의 가산 알카티브 교수는 “아바스 수반의 입지도 매우 좁아진 상태”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당국의 힘이 약화되는 데 관심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피의 보복’
입력 2014-07-04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