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2005년 첫 만남부터 신뢰 쌓아

입력 2014-07-04 02:35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중국을 찾았을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라오펑유는 단순히 시기적으로 오래된 친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아주 가깝고 아끼며 오랜 정이 쌓인 친구를 지칭한다. 개인적 유대와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것을 보여준 표현이다. 시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국빈방문한 3일 박 대통령도 시 주석을 라오펑유로 누구보다 가깝게 맞이했다.

두 정상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 주석은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시절인 2005년 7월 한국을 방문했다. 여야 대표와의 회동을 희망한 그를 위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지방일정까지 취소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뤄진 회동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당시 함께 자리에 있었던 한 인사는 “예정보다 시간이 한참 길어졌지만 두 분이 대화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때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끈 새마을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중국에 불던 ‘신농촌운동’과 접목할 부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다음날 출국하는 시 주석에게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라면상자 2개 분량의 자료를 전달했고, 시 주석은 무척 고마워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2010년 10월 시 주석이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직후 축전을 보냈고,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월에는 김무성 의원을 특사로 보내 친서를 전달했다. 대선 승리 이후 박 대통령이 외국에 보낸 첫 특사였다. 시 주석은 2개월 뒤 장문의 친서를 통해 “저는 박 대통령과 함께 더욱 깊은 업무관계와 개인적 우의를 쌓아가고자 한다”로 화답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보낸 친서보다 분량이 2배가량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자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다. 중국 외교부 차관급 인사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영접을 나온 것을 시작으로 당초 예정에 없던 시 주석과의 특별오찬도 이뤄졌다. 숙소 역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머물렀던 댜오위타이(釣魚臺) 18호를 이용했다. 박 대통령도 4일 이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특별오찬을 함께한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만남은 두 정상 취임 뒤 5번째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국빈방문,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올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은 것이다. 이 외에도 수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동을 앞두고 상대국 언론을 통해서도 양국 간 우의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중국의 강과 한국의 강이 서해로 흘러 하나가 되듯 중국의 꿈과 한국의 꿈이 한데 어우러져 동북아의 꿈으로 발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국내 언론 기고문에서 “이번 방문은 서로 우정을 나누고 협력을 논의하며 발전을 도모하고 평화를 지키는 방문이 될 것”이라며 “중·한 친선의 배가 돛을 높이 올리고 파도를 헤치며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