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둔 홍명보(45)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면죄부’를 받은 홍 감독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또 정몽규 협회장, 허정무 부회장, 황보관 기술위원장 등 축구협회 수뇌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감독이 벨기에와의 본선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나자 사의를 밝혔지만 사퇴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의 앞날 ‘가시밭길’=협회가 홍 감독에게 면죄부를 준 데엔 이번 실패를 발판 삼아 한국축구를 위해 더 분발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허 부회장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홍 감독 같은 인물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며 “이번 월드컵을 경험으로 삼는다면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그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대회는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악재가 많다. 우선 9∼11월 치를 예정인 3∼4차례의 평가전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축구팬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또 자질 논란에 시달릴 전망이다. 대표팀 선수들을 뽑을 땐 ‘의리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홍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1956년·1960년) 우승했다. 1988년 준우승한 한국은 이후 3위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에만 집중한 탓에 일본과 중동 국가들에 밀린 것이다. 아시안컵 우승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을 얻는다. 월드컵 1년 전에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각 대륙컵 우승팀들이 출전하는 만큼 대표팀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대회다.
아시안컵이 1월에 열리는 것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K리그 팀들이 전지훈련을 시작하는 1월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가장 나쁠 때다. 여기에 해외파 선수들도 대회 직전에 부를 수밖에 없어 조직력을 다지는 데 무리가 따른다. 아시안컵은 대회 개막 2주 전에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다. 그 기간이 월드컵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홍 감독이 대표팀을 정비하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한국축구=한국축구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허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에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에 “홍 감독이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준비 과정부터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대책을 세월 계획”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등의 대답만 내놨다.
한국과 똑같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일본과 이란은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조별리그 1승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이탈리아의 경우 축구협회장이 물러났다. 한국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결국 협회는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이번엔 ‘협회의 의리?’… 홍명보 재신임 받았다
입력 2014-07-04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