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유럽이 수세기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단 몇 십년 만에 따라잡았습니다. 생활협동조합(생협)운동은 프랑스보다 한국이 더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어 놀랍습니다.”
사회적기업 주간을 맞아 3일 열린 국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에릭 비데(48) 프랑스 르망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비데 교수는 1990년대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에 대해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외대 등 국내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고 한국인과 결혼했다. 그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분야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르망대에서 사회적경제 석사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경제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 전반을 살펴보면 전적으로 정부 주도로 이끌려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1990년대 이전부터 생협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의 싹이 트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비데 교수는 “유구한 연대의 전통 속에서 프랑스의 사회적경제가 발전해 왔다면 한국은 사회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따라 사회적경제가 발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제공해야 할 각종 사회서비스를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더 낮은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대량 실업, 자살, 양극화 심화 등 사회문제가 첨예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부각됐다.
프랑스는 국가 전체 고용의 10%와 국내총생산(GDP)의 6%를 사회적경제가 책임지고 있다. 일반기업보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는 전체 고용의 0.4%를 차지하는 데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비데 교수는 “한국은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주의가 약해지면서 예전엔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던 문제들을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풀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정부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런 부분들이 사회적경제가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여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한 비데 교수는 한국문화를 꿰뚫고 있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이번 방한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라고 답할 정도다.
최근 사회적경제 열풍도 ‘냄비근성’을 반영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그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며 “한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논의는 굉장히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가치를 담는 그릇 사회적기업] “한국 사회적경제 단시간에 성장했지만 오래 지속될 것”
입력 2014-07-04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