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수익원 다양화에 있다.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보조금이나 민간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도 이를 유도해야 한다." 김재구 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3일 "이제 민간기업과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의 사회적기업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정책 지원과 관련, "국정과제인 사회적 가치 측정지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민관 협력으로 신속하게 법제화를 이뤄내고 세계 최초로 인증제를 도입한 것은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성과"라고 소개했다. 사회적기업 주간(7월 1∼4일)에 국제 포럼, 토크콘서트 등을 주관하고 있는 김 원장을 경기도 성남의 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회적기업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양극화, 고령화, 고용 없는 성장의 구조화로 복지 등 사회서비스 요구가 폭발하고 있지만 정부 재정지출 중심으로 한 복지전달체계로는 적극 대응이 어렵다. 증세에 대한 저항도 심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은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데다 혁신 전략을 통해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진보·좌파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Social enterpris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사회’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자본주의에 대비되는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사회는 공동체, 사회연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도 ‘큰 사회(Big Society)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당이지만 내각에 사회적경제 업무를 총괄하는 시민사회청을 신설했다. 보수 진영의 어젠다가 된 셈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시행한 지 7년이 지났는데.
“민관 협력으로 한번에 법제화를 이뤄낸 점은 해외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법 시행 후 예비 인증 기업까지 포함해 사회적기업이 2600개가량 생겨났다. 물론 사회적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10%, 일자리의 10%를 차지하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정부 지원체계에 대한 평가는.
“철저히 민간 주도로 가야 한다고 사회적기업가들은 생각한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은 ‘3년(예비 포함 5년)간의 정부 인건비 지원이 중요한 마중물이 됐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정부의 직접 지원 정도는 현 수준이 괜찮다고 본다. 다만 간병 등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제공 기업에는 시장 진입 규제도 없애주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인증제 효과는.
“지원기업 선정 때 옥석을 가리는 차원에서 인증제를 도입했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기업이 대부분인 선진국에선 인증제를 도입한 나라가 없다. 그런데 뒤늦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태국 등 동남아에선 우리나라 인증제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홍콩은 정부가 아닌 상공회의소가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도입하려고 우리에게 직접 문의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언한다면.
“미국의 한 대학이 사회적기업 데이터 20년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속 가능성의 답은 수익원 조합에 있었다. 영업이익과 정부 보조, 민간 기부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문화예술 관련 분야는 수익 중 기부 비중이 높다. 체육 분야는 영업 비중이 높다. 한국의 사회적기업도 유형에 따라 다양한 수익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도와주되 정부 보조금이나 민간 기부를 받는 것은 기업이 직접 나서는 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일반기업과 차별화한 평가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회적 가치 측정지표 개발은 박근혜정부 국정 소과제 중 하나로 설정돼 있다. 금융투자를 받을 때 성과를 지수화할 수 있게끔, 즉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게 가능한 지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인덱스 뱅크는 지난해 만들어 시범적으로 10개 산업 분야에 대해 테스트했고, 지금은 50개 산업 분야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인식 변화를 체감하나.
“3∼4년 전부터 대학에 사회적기업 동아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것을 ‘쿨’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학 경영학과 신입생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80% 정도가 사회적기업가를 희망할 정도다.”
-사회적기업들의 애로점과 해결 방안은.
“가장 큰 게 판로 개척이다. 일부에선 ‘제품의 질은 떨어지는데 명분을 끼워넣어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는 인식도 여전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진흥원에선 비록 가치를 팔지만 자체 제품력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판로 지원뿐 아니라 ‘1사 1사회적기업’ 캠페인을 통해 대기업이 자사 특성에 맞게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주고 있다.”
성남=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가치를 담는 그릇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 지속 가능성, 다양한 수익원 개발에 달려”
입력 2014-07-04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