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선거연대

입력 2014-07-04 02:21
6·4지방선거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겼지만 진 선거’라는 평가가 나왔다. 17명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서울시장을 비롯해 9명의 당선자를 낸 것을 보면 승리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변수에도 이 정도 성적에 그친 건 사실상 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였다.

새정치연합이 ‘고전’한 여러 이유 가운데 통합진보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줄사퇴가 포함돼 있다. 5월 중순쯤 울산시장 후보와 부산시장 후보가 사퇴하더니 투표를 사흘 앞둔 시점에는 경기지사 후보마저 사퇴했다.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일방적 사퇴의 명분이었으나 종북주의 혐의를 받고 있는 통진당이 선거질서마저 어지럽힌다는 비난이 일었다. 동시에 새정치연합과 통진당 사이에 선거연대를 놓고 ‘밀실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통진당 후보들의 연쇄 사퇴가 통진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이후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지방선거 국고보조금으로 32억여원을 받은 뒤 후보들이 물러난 것으로 밝혀져 ‘먹튀’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뒤 대선 후보가 사퇴한 점도 새삼 거론되면서 통진당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 여파는 새정치연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선거 막판 보수세력이 위기의식을 표출하며 결집한 것이다. 인천시장 선거에서 의외로 새누리당이 이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오히려 새정치연합에 해를 입힌 것이다.

7·30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주승용 사무총장이 3일 통진당, 정의당과의 야권연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을 막기 위해선 야권이 분열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주 사무총장의 솔직한 속내가 담겨 있으나, 통진당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듯하다. 지금까지 수차례 선거를 통해 체험했듯 통진당과의 연대 운운하는 것 자체가 새정치연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차제에 새정치연합이 ‘통진당식 먹튀 방지법’을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면 어떨까 싶다. 정당추천 후보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사퇴할 경우 해당 정당은 사퇴 인원 비율에 따라 선거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누리당 발의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데 새정치연합이 협력한다면 민심도 얻고, 선거 때마다 제기돼온 통진당과의 연대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