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깡통야시장을 가다] 아지매 손맛에 캬~ 부산의 밤 달구는 전국구 명물

입력 2014-07-05 02:55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야시장인 부산 중구 ‘부평깡통야시장’ 부스에서 시민들이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지난해 10월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설치한 아케이드에 110m 길이로 조성됐다. 부산 중구청 제공
베트남 여성들이 부평깡통야시장에서 베트남식 튀김만두 요리인 '짜요'를 굽는 모습. 부산 중구청 제공
시민들이 부산의 명물인 '씨앗호떡'을 먹고 있는 모습. 부산 중구청 제공
대한민국 최초의 상설 야시장인 부산 중구 ‘부평깡통야(夜)시장’이 개장 9개월여 만에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우뚝 섰다.

4일 오후 8시쯤 야시장 내 부산어묵 먹거리 매대(부스) 앞에는 관광객과 시민 등 20여명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평깡통야시장에는 관광객 외에 전국 지자체와 전통시장 상인 등 1000여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앞다퉈 찾고 있다.

최근 경기도 관계자들이 야시장을 찾아 법적인 문제 등 제반 사항을 자세히 검토한 후 도내 전통시장에 야시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 관계자들도 방문한 뒤 지역 전통시장에 야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중구청, 상인회 등은 야시장 구간을 추가로 늘리고 화려한 경관조명을 설치해 부산을 찾는 관광·피서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야시장 부스 30곳이 있는 1구간 외에 추가로 19곳을 확충해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야시장 2구간을 운영키로 했다. 2구간 부스가 운영되면 야시장 구간이 기존 110m에서 250m로 길어진다. 부산시와 중구청은 연말까지 야시장 구간을 300m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달 말까지 야시장 확대 구간과 시장 입구에 특색 있는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음식을 쾌적한 곳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야시장 카페’도 준비 중이다. 또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야시장에서 제기차기, 연 만들기 등 민속놀이와 거문고 및 가야금 연주 등 국악공연 프로그램을 매주 운영 중이다. 야시장에서 공연을 희망하는 지역 예술가와 가수, 대학·직장인 밴드 등으로 참가자를 모집해 야간 관광지의 면모를 한층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연말까지 야시장이 서지 않는 구역에 시민들이 물건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전통시장 프리마켓도 조성 중이다.

상인회 김종열(47) 회장은 “야시장 구간이 짧아 야시장 정취를 만끽하기에 아쉽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시민 의견이 많아 시장 전반에 대한 리뉴얼을 벌였다”고 말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지난해 10월 29일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설치한 아케이드 110m 구간에 조성, 개장됐다.

노점 부스 30곳이 매일 오후 6시 문을 열어 자정까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중무휴다. 부스 18곳은 먹거리(향토 11, 다문화 7)를, 나머지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잡화류와 신발 등 물품을 팔고, 씨앗호떡·부산어묵·유부 등 부산의 전통 먹거리를 선보인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색적인 외국 먹거리. 특히 터키 케밥과 베트남식 튀김만두 요리인 ‘짜요’가 인기다.

지난해 개장 후 평일에는 하루 평균 3000∼5000명, 주말과 휴일에는 7000∼1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특히 관광업계를 통해 일본·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가 됐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관광명소로 급부상한 것은 인근 관광지들과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용두산공원과 영도다리,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전통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야시장을 찾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스스로 부스에 대한 위생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위생, 불친절, 각종 안전사고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부스 운영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야시장을 찾은 고객에게 달라진 전통시장의 면모를 보여 부평깡통야시장의 명성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다.

부평깡통시장은 1890년 문을 열어 1910년 20인 이상 영업자 형태의 전국 최초 공설 1호 시장이 된 ‘부평사거리시장’과 한국전쟁 이후 각종 수입 공산품이 거래되던 ‘깡통시장’이 2005년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현재 1500개 점포에서 상인 2900명이 영업하고 있다. 야시장이 정착되면서 전통시장과 야시장이 ‘윈-윈’을 통해 상생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은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가 되도록 규제개혁과 제도개선 등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