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미장원 아들네 개

입력 2014-07-05 02:26
길어진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늘 가는 미용실에 들렀다. 주말이라서 손님이 많아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나온 김에 자르려고 동네에 있는 허름한 미용실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꽤나 오래되어 뵈는 낡은 미용실에 여기저기 개 사진이 붙어 있었다. 중년을 넘어 보이는 미용사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으며 “개 미용실인 줄 알았다”는 내 말에 그녀는 개를 잃어버려서 찾는다는 광고를 붙여 놓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잃어버린 아들의 개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강남에서 개와 함께 사는 아들이 개를 데리고 자기 집에 왔다가 개를 잃어버렸는데 개를 찾느라고 난리라고 했다. 아들의 개는 그야말로 호강을 했다. 개 옷장이 따로 있고 개 향수까지 있다고 한다. 그 강아지를 잃어버리자 아들은 강아지를 잊기 위해 외국 여행까지 다녀오고 개를 잘 지키지 못했다며 어머니인 자신을 안 보려 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억울했지만 ‘개 때문에 나한테 이러느냐’는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개보다 뒤처져 있는 자신의 서열을 안다고 했다. 개도 자기 서열이 1위인 것을 알고 사람 노릇을 한다고 했다. 그녀는 “세상에 요즘 어느 부모가 개 같은 대접을 받겠어요”라고 했다.

누구의 무엇으로 살아가기는 힘이 든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부모로 살아가는 것일 게다. 나름대로 목숨까지 줄 정도로 사랑을 주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거부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상처를 받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예전에는 못 먹이고 못 입히고 못 가르쳐도 큰소리쳤는데 요즘은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많이 가르쳐도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부모라니 씁쓸하다.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는 가정이다. 부모 자식 간의 질서가 무너졌으니 사회라고 온전하겠는가. 에베소서에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비결이 나와 있다. 부모 공경이다. 똑똑한 요즘 자식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다. 미용사는 얼굴이 벌개져서 높으신 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느라 내 앞머리카락을 뭉텅 잘라버렸다. 개꼬리 자르듯.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