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월호 침몰 5시간 지나서야 진상 파악

입력 2014-07-03 04:21 수정 2014-07-03 10:07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해양경찰청이 청와대에 ‘370명을 구조했다’고 잘못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발생(침몰신고 접수시점 기준) 이후 약 5시간30분이 지난 오후 2시24분에서야 대형 인명피해 발생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김광진 우원식 박민수 의원 등은 2일 사고 당시 해경 상황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상황실의 유선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20분쯤 해경과 통화를 시작했다. 오전 9시42분 통화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해경 관계자는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답변했다. 해경은 오후 1시4분에는 청와대에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생존자 370명”이라며 “진도 행정선에서 (생존자가) 약 190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후 1시42분 다시 청와대와 통화하며 “370명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며 말을 바꾸기 시작했고, 오후 2시24분에서야 “(구조자가) 166명”이라고 정정했다.

김석균 해경청장은 기관보고에 출석해 “팽목항 현장에서 178명이 구조된 이후 190명이 추가로 구조돼 온다는 소식이 퍼졌고, 현장에 설치된 간이상황판에 (누군가가) 그렇게 적어놨다”고 답변했다. 간이상황판을 본 경찰 정보관이 해경 정보관에 알려줬고, 이것이 서해해경청을 통해 해경 본청으로 전달됐다.

구조헬기를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경청장 의전에 사용하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해경 상황실은 제주청에 전화를 걸어 “해수부 장관이 현장 가신다는 것 알고 있나. 어차피 유류 수급하러 무안공항 간 김에 태우고 오라”고 지시했다.

국조특위는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의 발언을 놓고 파행을 겪다가 오후 늦게 재개됐다. 김 의원은 녹취록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다른 일은 그만두고 영상 중계 화면 배만 띄워라. VIP(대통령)가 그것을 제일 좋아하니까 그것부터 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느라 구조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김 의원은 “직접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발언은 없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녹취록에 전혀 없는 내용을 조작했다”며 “김 의원이 특위위원을 사퇴할 때까지 회의를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회의가 중단된 사이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과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김 청장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별도로 만났다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