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공천 위해 중진은 힘든 곳 출마해야”… 野, 천정배 경선 배제 ‘초강수’

입력 2014-07-03 03:59 수정 2014-07-03 10:07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7·30 재·보궐 선거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공천도 아닌 경선에 출마한 4선 중진 의원을 탈락시키는 것은 이례적이다. 천 전 의원은 김한길 공동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이번 결정은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천 전 의원이 쉬운 곳에 출마하려는 상황을 두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천 전 의원의 명예를 위해 곧바로 배제 발표를 하지 않고 불출마를 설득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천 전 의원의 경선 참여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의원 45명이 나서 “중진들은 힘든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임태희 전 의원의 경기 평택을 공천을 탈락시키는 등 대대적인 쇄신공천을 치고 나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광주에 머물던 천 전 의원은 오후에 급히 상경해 주변 인사들과 거취 문제를 의논했다. 천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결격사유가 없는데 경선도 못하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카드가 공천 병목현상을 얼마나 해결해 줄지 미지수다.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자들이 당 대표 이름까지 거론하며 ‘전략공천’을 언급하자 나머지 후보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분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을 금태섭 대변인 전략공천 논란에 이어 대전 대덕에서도 최명길 전 MBC 부국장을 전략공천한다는 말이 돌면서 다른 후보자들 반발이 거세다. 박병석 의원 등 대전 출신 일부 의원들이 경선을 주장하며 김 대표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최 전 부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을 전제로 제안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김 대표가 별도 비선을 통해 직접 영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전날 김 대표는 최 전 부국장과 한 차례 통화만 했을 뿐 전략공천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승용 사무총장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입장은 경선”이라고 못 박았다.

동작을은 예비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 상태다. 안철수 공동대표 최측근인 금 대변인의 전략공천에 반대하면서 한목소리를 냈던 후보자 5명도 분열 조짐이기 때문이다. 강희용 예비후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새정치연합 의원 31명이 허동준 후보 공천을 주장한 것과 관련, “예비후보들은 당 지도부에 경선을 요구했는데 불과 1시간 후에 31명의 국회의원이 특정후보 공천을 요구했다”며 “다수의 현직 의원이 ‘특정 후보에게 기회를 주라’는 공개적·집단적 의사 표현은 부당한 공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