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7·30 재·보궐 선거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공천도 아닌 경선에 출마한 4선 중진 의원을 탈락시키는 것은 이례적이다. 천 전 의원은 김한길 공동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이번 결정은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천 전 의원이 쉬운 곳에 출마하려는 상황을 두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천 전 의원의 명예를 위해 곧바로 배제 발표를 하지 않고 불출마를 설득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천 전 의원의 경선 참여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의원 45명이 나서 “중진들은 힘든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임태희 전 의원의 경기 평택을 공천을 탈락시키는 등 대대적인 쇄신공천을 치고 나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광주에 머물던 천 전 의원은 오후에 급히 상경해 주변 인사들과 거취 문제를 의논했다. 천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결격사유가 없는데 경선도 못하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카드가 공천 병목현상을 얼마나 해결해 줄지 미지수다.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자들이 당 대표 이름까지 거론하며 ‘전략공천’을 언급하자 나머지 후보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분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을 금태섭 대변인 전략공천 논란에 이어 대전 대덕에서도 최명길 전 MBC 부국장을 전략공천한다는 말이 돌면서 다른 후보자들 반발이 거세다. 박병석 의원 등 대전 출신 일부 의원들이 경선을 주장하며 김 대표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최 전 부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을 전제로 제안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김 대표가 별도 비선을 통해 직접 영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전날 김 대표는 최 전 부국장과 한 차례 통화만 했을 뿐 전략공천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승용 사무총장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입장은 경선”이라고 못 박았다.
동작을은 예비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 상태다. 안철수 공동대표 최측근인 금 대변인의 전략공천에 반대하면서 한목소리를 냈던 후보자 5명도 분열 조짐이기 때문이다. 강희용 예비후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새정치연합 의원 31명이 허동준 후보 공천을 주장한 것과 관련, “예비후보들은 당 지도부에 경선을 요구했는데 불과 1시간 후에 31명의 국회의원이 특정후보 공천을 요구했다”며 “다수의 현직 의원이 ‘특정 후보에게 기회를 주라’는 공개적·집단적 의사 표현은 부당한 공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개혁공천 위해 중진은 힘든 곳 출마해야”… 野, 천정배 경선 배제 ‘초강수’
입력 2014-07-03 03:59 수정 2014-07-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