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메신저 시장은 삼국지와 춘추전국시대의 갈림길에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와츠앱, 중국 텐센트 위챗, 네이버 라인이 ‘빅3’를 형성하는 가운데 카카오톡, 바이버 등이 세력 확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플랫폼이 아니다. 게임, 쇼핑, 광고 등 모바일 메신저와 엮을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이용자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일으키는 모바일 트래픽 효과는 업체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PC 시대 인터넷 이용이 포털 중심이었다면, 스마트폰 시대는 단연 모바일 메신저다. 전 세계 IT공룡들이 모바일 메신저에 힘을 쏟는 이유다.
◇빅3, “동남아도 접수한다”=모바일 메신저는 대표적인 승자독식 플랫폼 서비스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증가속도가 빨라진다. 업체가 공급하는 콘텐츠를 이용자가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끼리 콘텐츠를 주고받기 때문에 한 번 형성된 순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빅3는 이미 자신의 영역을 어느 정도 차지했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대륙과 유럽은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위챗이다. 라인은 일본,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강세다. 국내는 카카오톡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구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체의 공통적인 예상이다.
결국 업체들은 기존 시장을 뺏는 것보다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목하는 게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동남아시아는 아직 성장할 여력이 많기 때문이다. 중동·아프리카 시장도 무주공산이지만 이 지역은 정부의 규제가 강하고 경제 수준이 낙후돼 있어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빅3가 동남아 시장까지 점령하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라인, 와츠앱, 위챗이 경쟁하는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업계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 1위는 블랙베리메신저(BBM)이고 와츠앱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5000만명 이상이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20% 안팎으로 시장이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 WSJ는 “동남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모바일 메신저를 설치해 사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표준’으로 자리 잡은 메신저가 없기 때문에 점유율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라인은 인도네시아에서 2000만명 이상을 끌어 모았다. 인도네시아에만 서식하는 오랑우탄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으로 오랑우탄 스티커를 제작해 다운로드 1건당 100원씩 적립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스티커를 전면에 내세워 동남아를 라인의 영토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라인은 태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인구 2330만명인 대만에서는 1800만명 이상이 라인에 가입했다. 보급형 스마트폰이 많이 팔리는 시장임을 고려해 저가폰에 라인을 기본 탑재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위챗은 다른 업체들의 경계 1순위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10, 라인이 50만큼의 자원을 쓸 수 있다면 위챗은 100 이상을 쏟아 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챗은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위챗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위챗 가입자는 6억명 이상인데 해외 시장에서 1억명을 넘어섰다. 위챗은 말레이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필리핀에선 2위를 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중국계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위챗을 검열한다는 소문 때문에 사용자가 꺼리는 점이 걸림돌이다.
◇카톡, 바이버 “동남아가 마지막 기회”=카카오톡과 바이버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동남아 시장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다. 카카오톡은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공략의 거점으로 삼아 말레이시아, 필리핀까지 동남아 3개국을 핵심지역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월 진출 이후에 임원들이 아예 현지에 상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지난해 50만명이었던 가입자는 약 1700만명까지 늘어났다. 현지 이동통신사와 협력해 카카오톡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고, 박지성 재단과 손잡고 대규모 자선 축구경기를 개최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을 지렛대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는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를 연동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애니팡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게임 업체의 해외진출을 도우면서 동시에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태국, 대만, 일본 등에서 1위에 등극한 쿠키런도 카카오톡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하지만 라인, 위챗 등도 게임을 메신저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올해 2월 일본 라쿠텐이 인수한 바이버는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필리핀도 스마트폰 보급율이 15% 미만이라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다. 바이버는 말레이시아에서도 가입자가 늘고 있다. 탈몬 마르코 바이버 최고경영자(CEO)는 “동남아시아는 바이버에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라며 거대 인구와 빠른 스마트폰 증가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경제 히스토리] 글로벌 메신저 패권, 삼국지냐 춘추전국이냐… 동남아시장서 판가름 난다
입력 2014-07-04 03:41